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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칭] 너무 아름다워서 더 아픈, 플로리다 프로젝트

중앙일보

입력

플로리다 프로젝트   [넷플릭스]

플로리다 프로젝트 [넷플릭스]

"이토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비극적 현실, 그것을 담는 선악 없는 카메라."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놓쳐서 가장 아쉬웠던 작품 중 하나. 처음 봤을 때는 화사한 색감에 반하고 캐릭터들에 화내고 웃다가는 이내 씁쓸함과 충격적인 감동을 느끼는 데 그쳤지만, 이 작품은 스토리를 전부 안 상태에서 다시 마주할 때마다 커다란 슬픔과 답없는 고민을 안겨주었다.

# 의도를 숨긴 카메라

맑은 하늘 아래 더 맑은 아이들. [사진 IMDb]

맑은 하늘 아래 더 맑은 아이들. [사진 IMDb]

이 영화를 예고편이나 스틸컷만 보고 '동화적인 배경 속 순수함 가득한 아이들 이야기' 정도로 지레짐작하고 보러 갔다간 크게 당황할 것이다. (수입사의 마케팅 포인트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저소득 무주택자들이 처한 현실에 관한 이야기다.

션 베이커 감독은 <탠저린>을 비롯한 지난 영화들에서도 그랬듯이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묘사를 하지 않았다. 단지 어두운 현실 속 캐릭터를 동정하거나, 그 현실을 만든 주체나 배경을 비판하는 내러티브의 영화를 찍지 않았다. 특별히 의도를 담지 않고 찍은 듯한 앵글 덕에 휴양지 놀이동산 주변 아기자기한 배경들 속 아이들은 더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워 보이며, 반작용으로 그들의 실상은 더욱 가슴을 후벼팔 기세로 와닿는다.

기억에 남은 대표적인 장면은, 커튼 뒤 무니. 커튼 뒤에 숨겨져 젖은 머리칼에 가리운 무니의 표정은 어땠을까. 상상하기 무섭게 아프다.

# 비전문 연기자들의 놀라운 연기 

무니의 '어른 친구' 바비 아저씨.   [사진 IMDb]

무니의 '어른 친구' 바비 아저씨. [사진 IMDb]

사실상 비전문 연기자들 일색인데 연기가 흠잡을 데가 없다. 연출의 힘도 있겠으나, 적어도 무니 (브루클린 프린스)는 틀에 박힌 아역 연기가 아니고 스스로 '연기'를 했다. 이 정도면 아카데미에 초청됐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은 연기였다. 그에 앞서 이 작품이 2018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없었다는 것부터 말도 안되지만서도.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윌렘 대포(바비 역)의 '선을 아는' 연기도 너무 좋았다. 매직 캐슬의 관리자이나 사장은 아니고, 아버지 같지만 타인인, 조금 신경써주고 지켜봐주는 데 그치는 연기가 너무 적절했다.

#무지개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저 무지개 너머에는.  [사진 IMDb]

저 무지개 너머에는. [사진 IMDb]

시종일관 특정한 의도도 없고, 어떠한 판단을 내리게 하지도 않지만 엔딩 시퀀스만큼은 다르다. 그래도 마지막만큼은 동화적인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 무니와 젠시가 찾아간 무지개의 끝에는 황금이 있을까? 그곳에는 무지개가 없었던 게 못내 맘에 걸린다. 보고 나면 한동안 마음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하는 영화.

글 by 이성과 감성사이(와친능력자)


제목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 2017)
감독  션 베이커
출연  윌렘 대포, 브루클린 프린스, 브리아 비나이트
등급  15세 관람가
평점  IMDb 7.6 에디터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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