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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에 수험생 초비상···열차표 못구해 "면접 연기" 요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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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철도노조 파업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열차 이용객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열차 운행이 줄면서 승객이 몰리는 주말 열차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 대학서 논술 치르는 지방수험생 비상 #코레일 22일 KTX 평시 대비 68.9% 수준, 운행

철도파업이 3일째 계속되고 있는 22일 오전 대전역 대합실에 열차 이용객들이 승차권을 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철도파업이 3일째 계속되고 있는 22일 오전 대전역 대합실에 열차 이용객들이 승차권을 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2일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부산과 서울역 기점 경부선 KTX는 대부분 매진이다. 주말인 23, 24일도 마찬가지다. 간혹 입석 표가 있긴 하지만 열차 예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 대학에 논술 등을 치르는 지방 수험생 중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열차표 예매가 어려워지자 고속버스나 항공편 이용을 알아보기도 했다. 동대구역과 부산역에는 열차 정상 운행 여부를 묻는 수험생과 학부모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한 수험생 부모는 "23일 논술 시험을 위해 KTX를 예매했는데 문의를 해도 '정상적으로 운행할 것 같다'는 식으로 확실하게 답변을 안 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국철도에 따르면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수도권 전철은 평시 대비 82.0%로 운행한다. 전날에도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2호선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한국철도가 운영하는 1·3·4호선은 승강장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평시 하루 162회 운행하던 경의중앙선은 운행 횟수가 124회로 줄었다. 이 때문에 배차 간격이 평소 10∼20분에서 30분 이상으로 벌어지는 등 경기 고양·파주 지역 주민의 불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무렵 부산역 5개 매표창구에는 10여명이 대기했다. 하지만 대기 줄은 금세 사라졌다가 다시 생기곤 했다. 줄이 길어질 경우 역무원들이 승객을 자동발매기로 안내해 열차표를 직접 끊어주는 모습이었다. 자동발매기는 모두 14대다. 부산역 측은 평소 운영하던 7개 매표창구 가운데 5개 창구를 열어 승객을 맞았다. 오전 11시 이후에는 창구를 5개에서 6개로 늘렸다. 한 역무원은 “낮 시간대 승객이 늘어 매표창구를 늘렸다”고 말했다.

부산역 측은 금·토요일 수험생 면접이 몰려 있어 수험생이 제시간에 대학에 도착할 수 있게 열차표를 즉시 교환해주고 있다. 또 열차도착이 지연될 경우 경찰의 협조를 받아 수험생을 대학으로 수송 조치하거나 대학에 연락해 면접을 늦춰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역에서 수험생을 위한 안내방송도 하고 있다.

원종철 부산역장은 “평소 금~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부산역 이용 KTX 열차표는 매진되기 때문에 이 기간 열차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표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철도는 출퇴근 시간대에 열차와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출근 시간 92.5%, 퇴근 시간 84.2%를 유지할 방침이다.

21일 부산 동구 부산역 인근 선로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서울역과 부산역 등 전국 주요 역에서는 파업 여파에 따른 열차 감축 운행으로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부산 동구 부산역 인근 선로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서울역과 부산역 등 전국 주요 역에서는 파업 여파에 따른 열차 감축 운행으로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역 등 전국 주요 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전역에서 만난 이민호씨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하루적자가 20억원이라는데 이것도 피같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지 않느냐"며 "국민 불편을 생각해 파업을 당장 그만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22일 KTX는 평시 대비 68.9%, 일반 열차는 새마을호 58.3%, 무궁화호 62.5% 수준으로 운행된다. 화물열차 운행률은 평시의 28.6%로 떨어져 수출입업체 물류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철도는 전날 기준 파업참가자가 7248명, 파업 참가율은 28.9%로 집계했다.

하지만 비번이나 휴무자 중 파업참가자가 많아 실제 파업 참가율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는 전체 조합원 2만1000여명 중 필수업무 유지인력 9500여명을 제외한 1만1500여명이 파업에 참여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22일 운행이 중지된 열차의 승차권을 구매한 뒤 취소하지 않은 경우가 2322석에 달한다"며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코레일 톡'으로 확인해 운행이 중지됐으면 다른 열차 승차권으로 바꾸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전·부산=김방현·황선윤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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