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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사흘째···주말여행 KTX→버스 바꾸려 새벽부터 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역[뉴스1]

서울역[뉴스1]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무기한 파업을 시작한지 사흘째인 22일 오전 일찍부터 KTX 이용객들은 혼란을 겪었다. 이날 KTX는 평소의 69%만 운행한다.

평소 금요일엔 319대가 다니는데 오늘은 219대만 운행한다. 100대가 줄었다. 새마을·무궁화호는 57~62%만 운행한다.

KTX 혼란 계속…127석은 환불 안받아

서울 상도동에 사는 장은숙(66)씨도 이날 새벽부터 바빴다. 친구들과 부산 해운대에 놀러 가기로 계획하고 부산행 열차표를 샀는데 운행이 중지된 걸 뒤늦게 알았다. 장씨는 새벽에 양재동 남부터미널에 들러 23일 오전 9시 50분 부산행 버스표를 사고 서울역에 와서 23일 10시에 출발하는 부산행 열차표를 환불했다.

장씨는 "손주를 돌보느라 친구들과 오랜만에 여행을 계획했는데, 이런 소란(파업)이 벌어져 기분 나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장씨는 여행 가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출발하기 전에만 애플리케이션 로그인해서 반환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며 환불방법을 알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열차 운행이 중지됐는데 환불 받지 않은 좌석은 21일 오후10시 기준 127석이다. 코레일은 "홈페이지·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교환하거나, 다른 교통수단으로 환승해야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운행 중지된 열차표는 1년 안에 환불을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

이날 서울역 KTX 표 사는 곳은 오전 7시가 지나면서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표 사는 창구는 어제처럼 6개 중 2개만 열렸다.

8시 30분이 지나자 손님 대기선은 세 줄로 늘어졌다. 좀처럼 줄이 안 줄었다. 일부 손님이 “9시에 출발하는 표를 사야 하는데 (대기자가 많아) 못 살 거 같다"며 근처 직원에게 하소연하자 직원은 손님들을 자동발매기 쪽으로 데려가 발권을 도왔다. 건설회사에 다닌다는 한 시민은 “대구·부산 출장이 잦아 운행 중지된 열차 시간표를 미리 알아둬야 할 것 같다”며 안내문 사진을 찍어갔다.

22일 오전 8시 서울역 KTX 표사는 곳에는 표를 사거나 운행이 중지된 열차표를 환불하려는 승객들이 줄을 서 있다. 김태호 기자

22일 오전 8시 서울역 KTX 표사는 곳에는 표를 사거나 운행이 중지된 열차표를 환불하려는 승객들이 줄을 서 있다. 김태호 기자

시민들 출근 일찍…“평소보다 한산해 신기”

파업이 시작된 건 20일 오전 9시부터다. 출근길 혼란이 시작된 건 이틀째다.

코레일은 22일에도 출퇴근 시간 운행률을 92.5%, 84.2%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전철도 평소 대비 82% 수준으로 어제와 비슷하다.

이날 오전 8시쯤 경의·중앙선 서울역 승강장에는 출근시간대를 제외한 대부분 시간 일부 열차운행을 중지한다는 안내문을 붙었다. 배차 간격도 평소 10∼20분에서 30분 이상으로 벌어졌다.

경기 고양·파주시와 서울을 잇는 광역버스도 파업해 서울-일산지역 출퇴근 시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분당선과 2호선을 타고 직장을 다니는 다니는 배모(28)씨는 “(분당선) 열차 안에서 평소에는 손잡이를 잡고 탈 수 있었는데, 파업 시작하고나서는 열차 안에 승객들이 세 줄은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8시 40분 4호선 서울역 승강장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21일 오전 혼잡한 상황과 달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어제는 (승강장에) 사람이 가득 찼는데, 오늘은 파업 전보다 사람이 없고 한산해 신기하다”며 “파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민들이 출근을 서두른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8시 40분 4호선 서울역 승강장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김태호 기자

22일 오전 8시 40분 4호선 서울역 승강장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김태호 기자

19일 코레일 노사 양측은 ▶임금 4% 인상 및 2020년 4조 2교대 도입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 및 자회사 처우 개선 ▶KTXㆍSRT 연내 통합 등을 놓고 밤샘협상도 벌였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건 3년 만이다.

철도노조는 4조 2교대를 운영하려면 약 4600명을 더 채용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약 1800명을 더 뽑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부는 아예 반대하고 있다.

파업이 계속 되면 이번 주말 서울 일부 대학 논술·면접을 보는 수험생도 영향을 받는다. 철도노조 측은 전체 조합원 2만1000명 중 필수업무 유지인력 9500명을 뺀 1만1500명이 파업에 참여중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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