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40돌…중국의 오늘(상)|문혁 이후 최대「사상학습」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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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은 10월1일 건국 40주년을 맞는다. 49년 10월1일 마오쩌둥(모택동)주석이 천안문 성루에서 사회주의 중국의 탄생을 선포한 후 거대 신생국 중국이 성장을 위해 겪어야 했던 진통들은 바로 세계사에 던지는 충격이기도 했다.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가운데 돌출한 자유화 요구시위와 이를 유혈 진압한 지난 6월의 천안문사태도 그 중의 하나. 수도북경은 지금 계엄령 속에 이 뜻깊은 날을 경축하는 아픔을 맛보고 있다·건국 40주년 전야의 현지분위기와 천안문사태 이후 전개되어나갈 중국정치의 향방에 대해 박병석 홍콩특파원을 현지에 보내 알아본다·【편집자주】
【북경=박병석 특파원】
『천안문광장 주변에 드문드문 서있는 계엄군만 제외하면 불과 1백여 일전 이곳이 그토록 엄청난 비극이 소용돌이친 역사의 현장이라고 믿겠습니까』
최근 북경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팽팽한 긴장감과 으스스한 분위기대신 오히려 축제 분 의기를 목격하게 된다.
신 중국 건국 40주년을 이틀 앞둔 수도 북경시 일대는 시화인 국화·월계 등을 중심으로 한 꽃단장이 이미 끝났다. 여기에 소요된 꽃들은 중국전역은 물론 독일·네덜란드·일본 등지로부터 수입할 만큼 열성이다.
4개월 전「민주의 여신상」이 세워졌다가 6월4일 새벽 계엄군의 탱크에 박살났던 바로 그 현장에 공·농·병·지식인의 거대한 백색 조각상이 등장했다.
노동자·농민·명사·지식인들은 바로 사회주의 중국을 대표하는 주인이라는 의미다.
1백만명의 성난 함성에 메아리쳤던 천안문 광장은 대나무·국화·월계 등 형형색색의 꽃단장 속에「1949∼1989」「4개 현대화를 실현하여 중국을 진홍하자」는 내용의 대형 꽃 글씨가 눈길을 끌뿐 민주를 요구하던 시의와 함성은 역사의 과거 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북경은 불과 4개월 전의 백만 인파의 함성과 절규, 계엄군의 장갑차·탱크·총소리가 엉클어졌던 일이 언제 그랬더냐 는 듯 외형상 재빠른 변모를 했다.
그러나 북경시가의 표면적 변모와는 달리 중국 전역에 진행중인 대대적인 정치사상 학습과 반혁명 폭란 관련자들에 대한 개별심사로 시민들의 심사가 그렇게 밝은 것만은 아니다.
반혁명 폭란 주모자들은 이미 대부분 체포됐으나 중국당국은 여전히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중공 당 기관지 인민일보, 국영 신화통신 등 보도기관에서만 7명이 체포됐다. 광명일보는 「동란기자 대청」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때 세계적 관심을 끌던 자기신문사 기자를 맹렬히 비난했다.
천안문 사태당시 참가했던 매스컴 관계인사의 규모와 역할 에 비해 체포자수는 많은 편은 아니다.
믿을만한 소식통들은 체포 대상자는「동란」당시의 주모자, 계엄군을 살상했거나 무기를 뺏은 자, 탱크·장갑차·군용차에 방화한자, 그리고 동란세력에 많은 돈을 제공한자 등이라고 전하고 있다.
당국은 민심수습과 사회안정이라는 측면에서 1차 체포 자 들의 범위를 축소하고 있으나 주요 기관 직장단위로 개별심사가 진행 중에 있다.
1천만 북경시민 중노인·아이를 제외하고도 1백여만명이 연일 시위에 참가했던 북경시민들은 이제 개별심사의 결과를 초조히 기다리며「반사」(반성과 회고)를 전제로 한 문화혁명이후 최대의「정치사상 학습」을 받고있는 것이다.
직장단위별로 벌어지고 있는 학습은 학생시위를「동란」으로 규정했던 4월26일자 인민 일보사설, 덩샤오핑(등소평)과 이붕·양상쿤(양상쿤)등 중국 지도층의 주요 담화를 교재로 삼아 자신의 실수와 과오를 찾아 반성하는 형태다.
북경의 지식인들은『한때 나는 부정부패 척결 등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요구가 옳다고 생각했으나 그들이 소수의 야심가에 이용돼 결과적으로 국가와 공산당을 전복시키려 했다는 것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또한 미국 등 자본주의 세력들이 이 같은 평화적 방식으로 중국을 변혁시키려 했다는 점에도 인식이 부족했다. 개방이라는 창문을 여니 파리 떼 같이 자본주의적인 부패현상이 침투해왔다』는 결론으로 유도된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의 간부급은 외국출장에 제한이 따르며 부득이한 출국에는 사전 특별심사와 학습이 실시된다.
이들 간부들은 외국 출장 시「정부대변인」과 같은 말로 중국정부의 동란평정을 합리화 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속 깊은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중국친구가 없다면『정치학습 때와 가정에서의 부부끼리, 친한 친구들과의 대화내용이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다.
국경절을 맞아 가장 착잡한 것은 지식인들이다.
「민주의 여신상」을 밀어버린 천안문 현장에는 공·농·병·지식인상이 새로 들어서「건국 40주년」의 주인공 노릇은 하고 있지만 지식인들의 마음속에는 사회주의에서의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반사」를 지을 수 없을 것이다.
건국 40주년을 맞는 중국, 특히 계엄령이 실시되고 있는 북경시는 전례 없는 신분증 검사와 동란과 관련된 개별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표면적으로는 짐짓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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