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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파업 첫날...영하 날씨 속 출근길 시민들 '한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철도노사의 밤샘 협상이 결렬되면서 철도노조는 20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철도노사의 밤샘 협상이 결렬되면서 철도노조는 20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철도노조의 총파업이 예고된 20일 오전 8시쯤 수원역. 파업 돌입 한 시간 전이라 열차·전철은 비교적 평소와 비슷한 정상운행이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수원역사 안쪽 맞이방 ‘열차출발 안내’ 전광판에 8시42분 서울 용산으로 향하는 무궁화호가 3분 ‘지연’된다는 알림이 들어왔다. 맞이방 스피커에서는 “천안행 광역전철의 운행이 늦어져 죄송하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무작정 지연은 아니었다. 다만 여수EXPO 방향 관광열차(S-train)의 운행은 ‘중지’됐다.

첫날 출근길 혼란은 피했지만...  

기온은 영하 5도를 가리켰다. 첫날 파업이 이날 오전 9시부터 예고돼 우선 당장 수원역서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들의 경우 영하의 날씨 속에서 열차·전철을 무작정 기다리는 불편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이상 KTX와 새마을, 무궁화 등 여객열차와 광역전철 운행이 평소보다 줄기 시작한다. 장기화할수록 교통 혼잡·혼란이 우려된다. 예고한 오전 9시가 되자 광주행 새마을호(9시1분), 익산행 서해금빛열차(9시8분)의 운행중지 알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철도노조 총파업 첫날인 20일 오전 9시 경기도 수원 수원역사 맞이방. 전광판 속 운행이 중지된 열차가 보인다. 김민욱 기자

철도노조 총파업 첫날인 20일 오전 9시 경기도 수원 수원역사 맞이방. 전광판 속 운행이 중지된 열차가 보인다. 김민욱 기자

수도권 외곽 시민 불편 클 듯 

평소 전동차 배차 간격이 긴 수도권 외곽 시민들은 여파가 크다. 오산 세교신도시 중심에 있는 오산대역은 21일 오전 7시대 배차가 한 번만 이뤄져 있다. 7시12분 광운대행이다. 다음 배차는 8시3분 청량리행이다. 낮 12시 시간대도 한 회뿐인데 그나마 낫다. 오후 1시대는 56분 두 정류장 떨어진 화성 병점행 밖에 없다. 평택, 천안지역 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대입을 위한 논술시즌이다. 논술과 면접고사 등을 앞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수험생의 불편이 클 전망이다. 철도가 물류망이라 수출입업체 경영의 차질 역시 우려된다. 화물열차도 30~70% 감축 운행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서울 남대문으로 출근한다는 김재희(32·여)씨는 “평소 출근시간대에는 좌석이 순식간에 매진돼 콩나물 입석을 타고 간다”며 “이마저도 못 타면 어떻게 다녀야 할지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철도파업 당시 서울역에서 열차 타는 승객들 [연합뉴스]

지난달 철도파업 당시 서울역에서 열차 타는 승객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남영동 서울역사에서는 지연 안내문을 살펴보거나 파업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아예 이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때 역사 안 안내실에는 코레일이 발급하는 ‘지연증’을 받으려는 출근길 시민들이 몰리기도 했다. 파업 여파로 지각을 한 회사에 제출하는 용도라고 한다.

막판까지 입장 못 줄인 철도 노사 

앞서 19일 철도 노사 양측은 임금 4% 인상, 4조 2교대 내년 시행,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KTXㆍSRT 연내 통합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후 노조는 한 차례 최종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막후에서 밤샘 협상이 이뤄졌지만 끝내 무산됐다.

철도노조는 지난달 11~14일 일종의 경고 성격인 ‘태업’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열차가 지연 운행되면서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었다. 무기한 총파업은 2016년 9~12월 74일간의 장기 파업 이후 3년 만이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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