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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꼰대 논란…'한국 GD, 미국 부머' 세대 전쟁 불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케이 부머(됐거든요, 베이비 부머)' 티셔츠. 기성세대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반발을 담은 티셔츠다. 19세 대학생인 섀넌 오코너가 디자인했다. '끔찍한 하루 되세요'라는 문구도 붙어있다. [섀넌 오코너 홈페이지]

'오케이 부머(됐거든요, 베이비 부머)' 티셔츠. 기성세대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반발을 담은 티셔츠다. 19세 대학생인 섀넌 오코너가 디자인했다. '끔찍한 하루 되세요'라는 문구도 붙어있다. [섀넌 오코너 홈페이지]

한국에 GD가 있다면 미국엔 부머가 있다. 꼰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술자리에서 “선배 완전 GD에요”라는 말을 들었다면 지드래곤(연예인 이름이다)처럼 패션센스가 뛰어나다는 칭찬이 아님을 명심하자. ‘꼰대(ggon dae)’를 영어식으로 쓴 뒤 압축한 게 GD다.

세대 간 전쟁은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뜨겁다. 한국에 GD가 있다면 미국엔 ‘부머’가 있다. 베이비 부머(baby boomer)의 그 부머가 맞다. 밀레니얼 세대가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수년 전부터 “오케이 부머(OK boomer)”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가 최근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우선 “오케이 부머”의 뜻. 여기에서 “오케이”는 “좋아” “괜찮아”의 뜻이 아니라 “됐거든” 정도로 해석된다. 전체를 풀이하면 “베이비 부머님, (설교는) 됐거든요”가 된다. 기성세대가 된 베이비 부머들에게 밀레니얼 세대가 “꼰대질 하지 말라”는 뜻으로 쓰는 구호가 “오케이 부머”인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오케이 부머’는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간의 세대간 문화 차이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며 “밀레니얼은 기성세대의 유산이란 기후변화의 재앙과 드높은 집값뿐이라고 불만을 갖고 있고, 이 불만을 ‘오케이 부머’ 구호로 발산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오케이 부머’ 구호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가 불평등에 대한 불만 터뜨리고 있다”며 “세대간의 우호적인 관계는 종말을 고했다”고 평했다.

수년간 조용히 확산하던 이 말이 폭발적 인기를 얻은 건 이달 초. 뉴질랜드 녹색당의 25세 여성 의원인 클로이 스와브릭이 자신의 연설에 야유를 던지던 기성세대 의원들에게 “오케이 부머”라고 응수하면서다. 스와브릭의 “오케이 부머”는 밀레니얼 세대들을 중심으로 ‘사이다’ 구호로 받아들여졌고,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등에서 각종 패러디 짤을 양산하고 있다.

15일 현재도 유튜브 검색창에 ‘OK’를 치자마자 1순위 연관 검색어로 ‘OK boomer’가 뜬다. ‘오케이 부머가 뭐길래’라는 패러디 노래엔 “나 때는 말이야(Back in my days)라고 말하면 당신은 부머/우린 하루 12시간은 기본으로 일했어(We worked 12 hours)라고 말하면 당신은 부머”라는 가사가 자막으로 붙는다. 밀레니얼이 열광하는 짧은 동영상 공유 앱인 틱톡엔 ‘오케이 부머’ 해시태그가 붙은 영상이 7억개 이상의 클릭을 기록했다. 18세인 섀넌 오코너 학생이 디자인한 '오케이 부머' 후드티는 완판을 기록하며 2만5000달러(약 29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BBC는 보도했다.

뉴질랜드의 25세 의원인 클로이 스와브릭이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는 기성세대 의원에게 "오케이 부머(됐거든요, 꼰대님)"라고 응수하는 모습. [가디언 유튜브 캡처]

뉴질랜드의 25세 의원인 클로이 스와브릭이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는 기성세대 의원에게 "오케이 부머(됐거든요, 꼰대님)"라고 응수하는 모습. [가디언 유튜브 캡처]

기성세대는 발끈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 수석부회장인 머나 블리스(80)는 지난 13일 미국 인터넷 언론인 악시오스와 인터뷰하면서 “진짜 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야”라고 말했다. 블리스는 ‘오케이 부머’에 응수해 ‘오케이 밀레니얼(됐다고, 밀레니얼아)’이라는 말도 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반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보수 성향의 미국 라디오 진행자인 밥 론스베리는 “‘부머’라는 말은 나이 차별적인 성향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까지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다.

기성세대의 반성을 촉구하는 기성세대도 있다. 월트 디즈니가의 상속인인 애비게일 디즈니(59)는 트위터에 기성세대를 향해 “세상은 빨리 변해가는데 당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주도권을 갖고 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라”고 썼다.

이런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세대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NYT는 “이젠 세대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Z세대가 기후변화부터 소득 불평등과 같은 이슈에 대해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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