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함께 달린"마라톤 꿈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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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달리다 힘이 들 땐 차가운 바닷물 속에 계실 어머니나 파도와 싸우는 아버지생각을 하면 힘이 불끈 솟아요.』
체전 10㎞ 단축마라톤 남고부에서 우승한 황영조(황영조·강릉명륜고3년)의 부모는 강원도 삼척 바다에서 물과 씨름하는 어부(황길수·47)와 해녀(이만자·50)다.
27일 비바람의 악조건 속에서 황이 30분35초의 호기록(한국최고기록 29분29초)으로 우승한 것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강인한 체력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찌든 가난 속에 황은 한국최고의 마라토너를 꿈꾸며 매일 달리기를 거듭한다.
황이 육상에 입문한 것은 지난87년 고교에 입하하던 해부터.
명륜고 강희욱(강희욱·현명륜고 육상팀 총감독)교사의 눈에 들어 트랙에 발을 디딘 황은 뛰어난 심폐기능 등 타고난 건강체질을 바탕으로 입문한지 겨우 1년만인 지난해경부 역전마라톤대회에서 최우수신인으로 뽑혔고 지난3월엔 경호 역전마라톤대회에서 3개구간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등 장거리의「떠오르는 별」로 각광받고있다.
황이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부모님의 극구 반대로 갈등을 겪기도 했다.
가난한 어부인 아버지가『배고픈 운동을 자식에게 시킬 수 없다』며 펄쩍 뛰었기 때문.
어머니도 아직 해녀로 물에 들어가 넉넉지 못한 가계를 꾸려나간다.
고교시절 늘 전교1, 2등을 다투던 큰누나(23)가 가정환경으로 진학을 포기, 객지에서 공장 생활하는 것을 못내 가슴아파한 부모는 4남매중 장남인 영조만이라도 공부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황의 마음은 이미 기울었고 일단 결심한 이상 꼭 성공하리라 다짐했다.
한국 최고 마라토너의 꿈을 앞당기기 위해 황은 대부분 운동선수가 선호하는 대학진학을 스스로 포기하고 내년 봄엔 실업팀(코오롱)에 입단할 예정이다.
마라토너의 성패는 지구력과 스피드. 현재 황을 지도하고 있는 김동주(김동주)코치는『지구력을 타고난 영조는 스피드의 바로미터인 5천m에서 13분대만 끊어준다면 마라톤 2시간10분 벽을 자연 무너질 것』이라며『현재14분대에 뛰고 있으므로 13분대로 끌어 올리는 게 우선과제』라고 밝혔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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