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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봉사? 관계맺기서 출발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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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전 선화초 학생들이 지역주민센터에서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선화초]

대전 선화초 학생들이 지역주민센터에서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선화초]

호주 시드니에서 4년간 머물다 지난해 한국에 돌아온 유정민(41)씨는 귀국 준비를 하면서 두 자녀가 다닐 학교부터 알아봤다. 초등학교 때라도 학업 부담에 시달리지 않고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고민 끝에 선택한 곳은 대전의 선화초였다. 유씨는 “학교가 마음에 들어 아무런 연고가 없는 대전으로 왔다”면서 “친구 관계가 유달리 좋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이 호주에 있을 때보다 학교 다니는 걸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 #대전 선화초 ‘나·너·우리’ 교육 #학생들 “문제 생기면 친구와 상담” #청소년 상담사 최민정씨도 수상

대전 선화초는 2016년 본격적으로 인성교육을 시작했다. 이민 선화초 교장은 “인성은 흔히 선행과 비슷한 의미로만 생각하는데, 우리 학교는 이보다 넓은 개념으로 ‘관계 맺기’와 시민성에 역점을 두고 교육한다”고 소개했다.

선화초의 인성교육은 크게 3단계다. 첫번째는 ‘나와의 관계’다. 용기·성실·성찰·절제 같은 덕목에 학생 스스로 얼마나 부합하는지 살피도록 돕는다. 교사들이 개발한 체크리스트를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도 있다. 두번째는 ‘너와의 관계 맺기’다. 친구·가족·교사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법을 익힌다. 마지막 단계는 ‘우리의 관계 맺기’로 동아리나 지역 봉사에 참여하며 책임감·협동·준법정신을 배운다.

이 교장은 “인성교육을 별도로 하지 않고 수업에서 진행하는데, 이게 더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웃 돌보기’라는 주제가 정해지면 국어 시간엔 배려와 돌봄의 개념을, 사회 수업엔 지역 공동체 사회에 대해 배우는 식이다. 수업 뒤 학생들은 지역주민센터의 김치 담그기에 참여하고, 김치를 독거노인에게 직접 전달한다. 6학년 김소은 양은 “내가 담근 김치를 할아버지께 드렸더니 ‘고맙다’면서 좋아하셨다.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2학년 때 이 학교로 전학 온 6학년 안효진양은 “분위기가 다른 학교와 전혀 다르다”며 “다른 학교에선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의지했는데, 이 학교는 무슨 문제든지 먼저 친구들끼리 머리를 맞댄다”고 전했다.

선화초는 19일 제7회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단체부문)을 받는다. 교육부·여성가족부·중앙일보가 주최하고 한국교육개발원·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로, 가정·학교·사회에서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개인·학교·단체를 발굴해 격려하는 상이다.

개인 부문에선 경상남도 청소년지원센터의 최민정 상담사가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다. 최씨는 개인 상담에 통해 학교 밖 청소년, 군인 등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했다.

그는 “대다수 학교, 단체에 이미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지만, 기계적으로 운영해선 효과가 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학생이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도록 돕는 단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본인 경험을 토대로 개인·집단상담, 대화법을 활용해 새로운 인성 교육방법을 개척한 그는 “상담을 하면 상대방의 기억 속 죄책감,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다. 새로운 인성교육법을 강연을 통해 알리고 상담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인성교육대상 시상식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개인 부문엔 이인실 서울 영등포초 교사(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 홍석희 경기도 연천교육지원청 장학사(중앙일보 사장상), 단체 부문엔 대구 동원초(중앙일보 사장상), 성균관대 성균인성교육센터(여성가족부장관상)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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