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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식물들…갈고리·끈끈이로 옷에 붙어 열매 널리 퍼뜨려

중앙일보

입력

가을철 산행에서 열매가 옷에 달라붙는 경우가 많다. 옷감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가을철 산행에서 열매가 옷에 달라붙는 경우가 많다. 옷감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요즘 같은 가을철 산행 때 수풀을 지나다 열매가 옷에 귀찮게 달라붙는 경우가 많다.

도로변·공터에 버리면 의도에 말린 것 #빗·테이프로 떼어내 쓰레기통에 버려야

열매를 퍼뜨리기 위해 식물들이 머리를 쓴 결과다.
식물 중에는 화살촉·갈고리 모양의 부속물을 열매에 붙이기도 하고, 점액질을 분비하기도 한다.

식물 열매는 어떤 옷에 잘 달라붙을까

옷감에 달라붙은 도깨비 바늘.[사진 국립공원공단]

옷감에 달라붙은 도깨비 바늘.[사진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은 최근 지리산 일대 탐방로에서 쉽게 발견되는 도깨비바늘·미국가막사리·쇠무릎·주름조개풀 등 옷에 달라붙은 식물 4종의 열매를 채집해 6가지 옷감 소재별로 부착 정도를 실험, 18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 중 주름조개풀은 껍질 끝의 돌출한 부분에서 끈적한 액체가 분비되는 식물이다.
부착 정도는 옷감에 뿌린 전체 열매 개수 중에서 실제 부착된 열매 개수의 비율로 산출했다.

실험 결과, 폴리에스터(92%)-레이온(5%)-폴리우레탄(3%)이 섞였고 골이 팬 옷감에 열매가 가장 많이 붙었다. 도깨비바늘과 미국가막사리는 94%가 붙었고, 쇠무릎은 85%, 주름조개풀은 89%가 붙었다.

기모가 있는 폴리에스터(100%)의 경우 도깨비바늘의 89%가 붙었고, 미국가막사리 78%, 쇠무릎 70%, 주름조개풀 70%가 붙었다.

옷감에 달라붙은 미국가막사리 열매 [사진 국립공원공단]

옷감에 달라붙은 미국가막사리 열매 [사진 국립공원공단]

이와는 달리 나일론에는 도깨비바늘·미국가막사리·쇠무릎은 붙지 않았고, 주름조개풀은 13%가 붙었다.

또, 폴리에스터(87%)-폴리우레탄(13%)이 섞인 옷감에도 도깨비바늘·미국가막사리·주름조개풀은 붙지 않았고, 쇠무릎은 18%가 붙었다.

옷감에 달라붙은 주름조개풀 열매 [사진 국립공원공단]

옷감에 달라붙은 주름조개풀 열매 [사진 국립공원공단]

옷감에 달라붙은 쇠무릎 열매.[사진 국립공원공단]

옷감에 달라붙은 쇠무릎 열매.[사진 국립공원공단]

연구팀은 "직물이 틈이나 기모가 없는 매끈한 혼용 소재의 경우 열매가 거의 달라붙지 않지만, 직물의 틈이나 기모가 있고 골이 진 소재의 경우 열매가 옷감에 달라붙는 정도가 평균 90%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갈고리 모양의 열매 부속물이라도 옷감 표면이 매끈하고 틈이 없으면 잘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달라붙은 열매를 제거하려면

옷에 달라붙은 씨앗을 제거하는 모습. [사진 국립공원공단]

옷에 달라붙은 씨앗을 제거하는 모습. [사진 국립공원공단]

열매가 달라붙는 식물은 대부분 저지대 탐방로 입구나 경작지, 풀숲에서 자란다.
동물에 의해 열매를 퍼뜨려 생존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연구진은 "사람의 경우 동물보다 활동 범위가 넓고, 식물이 번식하기 유리한 장소에서 열매를 제거하기 때문에 동물보다 오히려 사람의 옷에 달라붙어 열매를 퍼뜨리는 것이 식물의 번식과 확산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주변에 식물이 없는 공터 등 넓은 지역에 나와서 열매를 제거하는데, 이는 정확히 식물의 의도에 말려든 셈이 된다.

갈고리 모양의 열매를 떼어내다 보면 구멍이 나거나 보풀이 생기는 등 옷감이 상할 수 있다.
직물의 틈과 기모가 없는 매끈한 소재의 등산복을 착용하면 열매가 덜 붙고 잘 떼어진다.

등산화에 달라붙는 열매.[사진 국립공원공단]

등산화에 달라붙는 열매.[사진 국립공원공단]

운동화 끈이나 양말에도 열매가 잘 달라붙기 때문에 등산복 바지로 등산화를 덮거나, 각반(스패치)을 착용하면 좋다. 진드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연구진은 산행 후 옷에 붙은 열매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참빗이나 꼬리 빗을 이용하는 방법을 권한다.
또, 접착테이프로 붙여 떼어내는 방법도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열매를 도로변 등에서 떼어내면 빗물을 따라 떠내려가 강이나 하구, 호수 가장자리로 퍼져나갈 수 있다"며 "열매가 붙은 자리에서 바로 떼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옷에 붙인 채 멀리 왔을 때는 열매를 떼어내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옷에 열매가 달라붙은 식물 중에는 외래종도 많기 때문이다.

어떤 식물이 옷에 달라붙을까

옷에 달라붙은 열매를 가진 도꼬마리 [사진 국립공원공단]

옷에 달라붙은 열매를 가진 도꼬마리 [사진 국립공원공단]

도둑놈의갈고리 [사진 국립공원공단]

도둑놈의갈고리 [사진 국립공원공단]

옷에 달라붙는 열매를 가진 식물은 국내에서 모두 29종이 관찰되고 있다. 인체에 해로운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갈고리나 화살촉 같은 부속물이 있는 열매를 가진 것은 가막사리·미국가막사리·도깨비바늘·쇠무릎·도꼬마리·도둑놈의갈고리·조릿대풀 등 25종이다.

점액질을 분비해 옷에 달라붙는 털진득찰 [사진 국립공원공단]

점액질을 분비해 옷에 달라붙는 털진득찰 [사진 국립공원공단]

또, 점액질을 분비하는 열매를 가진 종류는 진득찰·털진득찰·주름조개풀·멸가치 등 4종이다. 점액질은 주로 단백질·당류·무기염류로 구성돼 있으며, 열매 표면의 돌기 끝부분에서 분비된다.

이 가운데 미국가막사리·흰도깨비풀·가시도꼬마리 등은 외래종이다.

국립공원별로는 한라산이 7종으로 가장 적고, 무등산에서 가장 많은 24종이 관찰된다.
국립공원에서는 미국가막사리를 우선 관리 외래식물로 지정, 지속해서제거 활동을 하고 있다.

달라붙는 열매를 가진 외래종 미국가막사리 [사진 국립공원공단]

달라붙는 열매를 가진 외래종 미국가막사리 [사진 국립공원공단]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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