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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험생이 알아두면 좋은 면접관 사로잡는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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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 본능(56)

수능시험이 끝났다. 주변의 수험생이나 그 부모들의 지친 모습을 보면 우리 가족은 그 과정을 어떻게 뚫고 나왔나 싶을 정도로 안쓰럽다. 그런데 끝이 아니다. 수시전형은 당장 주말부터 또다시 논술이나 면접을 치러야 한다.

은행잎 떨어지는 11월이 되면 합격의 열망으로 애태우던 오래전 기억이 생생하다. 입사 면접을 치르고 돌아오던 길의 그 답답한 심정… 누구나 비슷할 것 같다.

언젠가 출판사 후배한테 연락을 받았다. ‘취업전형 통과하기’에 대한 책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적임자란다. 하긴, 기획, 홍보, 비서 등 관리업무만 25년 하다 보니 경영진의 생각 방향, 채용정책, 입사지원자의 성향 등이 낯설지 않고, 면접관 경험도 있다. 게다가 나 스스로도 젊은 시절에 회사를 몇 번 옮기면서 자기소개서며 면접이며 참 많이도 경험했다. 합격보다 훨씬 더 많던 불합격의 이력을 주변에서는 알 리 없으니, 나는 ‘잘 붙는 사람’으로 생각되나 보다.

해마다 11월이 다가오면 입시, 취업 등으로 스산한 느낌이다. 대입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수시전형 논술, 면접 등을 준비해야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캠퍼스라는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 수험생은 물론 가족들까지 진이 빠진다. [사진 박헌정]

해마다 11월이 다가오면 입시, 취업 등으로 스산한 느낌이다. 대입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수시전형 논술, 면접 등을 준비해야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캠퍼스라는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 수험생은 물론 가족들까지 진이 빠진다. [사진 박헌정]

그래서 “입사부터 적응까지”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게 되었는데, 쓰면서도 좀 막막했다. 합격의 비결? 사기꾼 같은 소리, 그걸 알았다면 내 인생이 훨씬 더 수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비선수 출신도 명감독이 되고 고시의 뜻을 이루지 못한 고시학원 명강사도 많듯이, 관점을 달리하면 의외로 많은 것이 보인다. 내가 주목한 것은 입사지원자와 면접관 사이의 ‘시각차’였다.

지원자는 자기 능력과 소위 ‘스펙’을 내보이려 애쓴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중요한 것은 ‘면접관이 듣고자 하는’ 말이다. 면접관은 지원자가 자랑하려는 이력에 빠져들거나 맞장구쳐줄 생각이 없다. 그저 회사에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데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양쪽 사이에 큰 간극이 있으니 종종 엉뚱한 답변이 나온다.

결국 내가 제안한 것은 ‘긍정적인 사람, 조직에서 함께할 수 있는 인성, 스펙보다 잠재력…’ 등 시중의 자기계발서 내용과 비슷했다. 그래도 회사 경험을 통해 솔직하고 시니컬하게 현실을 이야기했더니 반응은 괜찮았다.

신입사원이나 신입생 선발 면접의 목적은 완성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소양과 그 조직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잠재력이 더 중요하다. [사진 Pixabay]

신입사원이나 신입생 선발 면접의 목적은 완성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소양과 그 조직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잠재력이 더 중요하다. [사진 Pixabay]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정말 이렇게 하면 붙을까? 실제로 그렇게 대답하는 사람을 수없이 보았다. 그중에 합격도 있고 불합격도 있었다. 내가 경험한 ‘정답’을 말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이상한 건, 그렇게 합격한 사람도 입사 후에는 기대와 다른 경우가 많았다. 더 이상한 건, 다시 물어봐도 내 대답은 똑같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선택’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자기에게 이익이 될 사람을 고른다. 가장 확실한 이익은 무엇일까. 내가 이익이 될 거라는 확신을 주려면 얼마나 많은 미사여구가 필요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행복”, 이 한 마디면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 아닌가. 조직 역시 자기 조직을 행복하게 하고 지속시키고 발전시킬 사람을 뽑는 게 목표이고 사명이다.

대입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원이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주면 회사가 행복해지는 것처럼,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리더가 되고 기업인이 되고 학교에 장학기금도 내주면 학교, 특히 바로 앞의 면접관들이 행복해진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면접은 일방적이고 딱딱한 시험처럼 되어버렸다. 회사의 경력자 면접에서는 차 한잔 마시며 여유롭게 이야기 나누기도 한다.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간에 가장 합당한 만남이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경쟁이 심하다 보니 면접은 일방적이고 딱딱한 시험처럼 되어버렸다. 회사의 경력자 면접에서는 차 한잔 마시며 여유롭게 이야기 나누기도 한다.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간에 가장 합당한 만남이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완성된 사람을 뽑으면 좋겠지만 그건 꿈같은 일이다. ‘완벽하다’는 말은 믿을 수도 없고, 별로 달갑지도 않다. 약간의 튜닝도 힘들 것 아닌가. 그러니 자기들이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인지 보는 게 면접이다.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조금 부족해도 바로 붙잡고 싶은 사람이 있고 모든 게 완벽한데 왠지 꺼림칙한 사람도 만난다.

몇 년 전에 우리 아이는 면접관 질문에 똑똑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며 풀 죽어 나왔던 학교에는 합격하고, 대답을 잘했다며 자신만만하던 학교는 떨어졌다. 부족해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준 것과 어설프게 뭔가 내보이려던 것의 차이였다.

면접의 핵심은 ‘나는 이곳을 행복하게 해줄 사람’임을 효과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이 어떤 행복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모집요강이다. 여기에는 전형방법이나 학교홍보 외에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이런 사람을 뽑겠다’는 ‘인재상’과 어떻게 가르치겠다는 교육방침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모집요강에는 전형방법 이외에도 그 대학이 우선시하는 인재상, 평가요소, 교육계획 등이 명확히 드러나 있으므로 서류전형 준비나 면접에 앞서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 경희대, 중앙대 홈페이지]

모집요강에는 전형방법 이외에도 그 대학이 우선시하는 인재상, 평가요소, 교육계획 등이 명확히 드러나 있으므로 서류전형 준비나 면접에 앞서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 경희대, 중앙대 홈페이지]

이 부분을 경험 많은 부모가 함께 봐주어야 한다. 당연히 나눠주는 ‘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밑줄 쳐가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지원학과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좋다. 대학이 신경 써서 만든 공식자료는 외면하고 열심히 외운 예상 답변으로 면접에 나서다 보면 면접관의 의도는 파악하지 못한 채 조금씩 미묘하게 다른 질문에 외운 대로 획일적으로 대답해서 동문서답하곤 한다.

대학에 왜 가야 할까? 진리와 학문이 저 멀리서 우리에게 손짓하는 게 보여서 달려가는 걸까? 대부분은 좋은 교육을 통해 직업이든 학문이든 더 나은 미래를 얻기 위해서다. 나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나를 받아준 조직 역시 행복해질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마음속으로 면접관에게 “오늘 서쪽에서 귀인(貴人)이 온다는 소리 못 들었습니까? 그게 바로 접니다”하는 자세로 임하면 긴장도 풀리면서 나의 진심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수필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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