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주에 사는 장쉬(张旭; 장욱)씨는 방금 오늘의 5잔째 밀크티를 마셨습니다. 밀크티 한 잔을 다 마시자마자, 그의 즈푸바오(支付宝) 계좌로 25위안(약 4,150원)이 들어옵니다. 바로 “대신 밀크티 마셔주는 보상금” 입니다.
올해 초부터 “밀크티 대신 마셔주기” 업무를 시작한 후로, 하루에 몇잔이나 밀크티를 마시는 것은 그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초에 비해 살이 5kg이나 쪘지만 그는 개의치 않습니다.
밀크티를 다 마신 후, 고객에게 몇 글자의 후기와 사진을 보내면 업무가 마무리됩니다.
따이공 규제 이후로 망할 줄 알았는데.. 중국서 훨훨 나는 대행업
중국에서 대행 서비스를 빼고는 서비스 사업에 대해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UU파오투이(UU跑腿), 셴위(闲鱼) 등 어플에서 남는 시간에 대행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투잡을 하는 셈입니다.
최근 많이 진행하는 대행 서비스로 ‘대신 먹어주기, 대신 줄서기, 대신 식당 예약하기, 대신 대화나누기, 대신 고양이 키워주기, 대신 개 산책시키기’ 등 소소하지만 본인이 직접 하기에는 귀찮은 일이 있습니다. 대행서비스 종류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대신 선보기, 대신 성묘하기’ 등 선뜻 대행을 맡기기에 꺼려지는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행 서비스가 흥해서 시장이 형성되고, 이제는 규모의 ‘대리 경제(代经济)’를 창출하게 된 것이죠.
'게으른 사람 경제' 발전
중국에서 대행 서비스가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게으른 사람 경제(懒人经济; 란런경제)’의 발전과 관련 있습니다.
계면신문(界面新闻)에 따르면 업계 사람들은 이 대리 경제가 ‘게으른 사람 경제(懒人经济)’ 의 범주에 속한다는 의견입니다. 대리경제가 게으른 사람 경제의 범주에 속한다는 뜻이지요. 덕분에 일부 삶은 더 효율적으로 변했지만 대행 서비스에 대해 과도한 의존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일각에서는 대리 경제의 빠른 발전이 게으른 사람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배달 음식만 먹는 생활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배달을 자주 시키는 사람이 반드시 나태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일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또 ‘게으른 사람 경제’의 게으름이 우리가 알고 있는 ‘나태’를 나타내는 직관적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게으름’에 대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세상은 게으른 사람들이 만든다.
더 편리한 세상을 위해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게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IoT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시장 효율성이 높아지면 노동비용이 줄어드는 식이지요. 이 부분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대리 경제의 발전을 나태함과 결부시키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로 사람들은 더욱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어 대행 서비스가 함께 발전하게 된 것이지요. 대행서비스의 빠른 확장으로 한쪽에서는 불법적인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일부 플랫폼에서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는 ‘대필, 대리시험’과 같은 불법 서비스는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눈에 띄는 대행 서비스는?
밀크티 대신 마셔주는 대행 서비스는 벌써 식상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뜨는 이색 대행 서비스는 무엇이 있을까요?
거절하기 어려운 당신을 위해 대신 맞선 봐드립니다.
이미 중국에서도 ‘맞선’은 하나의 큰 산업을 일구고 있습니다. 맞선 대행 서비스의 고객은 주로 집안에서 정해준 맞선 자리에 싫증이 난 결혼적령기 남녀입니다. 집안 어른이 정해주신 맞선은 거절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라 ‘맞선 대행 서비스’가 뜨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족의 체면도 살리고 괜히 가고 싶지 않은 곳에 가서 본인의 기분도 상하지 않는 ‘일석이조’인 셈이죠.
중국에서 국경절(国庆节)은 여행대목(旅游黄金周; 여행황금주)이자, 맞선황금주(相亲黄金周)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국경절 기간동안 각종 대행업 사이트에서 맞선 대행 서비스 자문을 구하는 사람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맞선 대행업 부족난’에 시달리는 상황까지 옵니다. 소비자들은 예약을 걸고 발을 동동 굴리며 차례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대신 향 피워주는 서비스'는 이미 보편화, '성묘 대행 서비스'까지 나타나...
눈에 띄는 이색 대행업이 또 있습니다. 바로 ‘대신 성묘하기’입니다. 중국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명절이나 기일이 다가오면 성묘를 가는데요. 대행 업계에서는 성묘 대행 서비스가 동지(冬至)와 내년 청명절(清明节)* 때 인기가도를 달릴 것이라 예상합니다.
*청명절: 중국 전통명절 중 하나로 ‘하늘이 점차 맑아진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조상의 묘를 돌보고 제사를 드린다.
셴위(闲鱼) 어플에서 대행업을 진행하고 있는 쓰촨(四川) 남성 ‘다오하이우인(道海无垠)’은 2018년부터 성묘 대행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서비스 1회에 보통 400위안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밀크티 대신 마셔주기, 호텔 예약 대행 서비스’ 등 자잘한 소규모 대행 서비스와 달리 성묘 대행 서비스의 가격은 높은 편입니다.
남에게 돈을 주고 본인의 가족 성묘를 대신 하도록 시킬 정도이니, ‘향을 피우고 기도하는 대행 서비스’ 정도는 귀여운 수준입니다. 이미 중국에서 여느 절이든 대신 향을 피워주는 서비스가 있을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고 합니다.
알면 알수록 놀라운 중국의 대리 경제 세계에서 과연 다음에는 어떤 서비스가 나타날지 기대됩니다.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