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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5개월 남았는데···법무부 "공공수사부 연내 축소 검토"

중앙일보

입력

검찰개혁 추진상황 점검 당회의가 14일 오전 국회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 조정식 정책위의장, 이인영 원내대표, 박주민 검찰개혁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오른쪽부터)이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검찰개혁 추진상황 점검 당회의가 14일 오전 국회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 조정식 정책위의장, 이인영 원내대표, 박주민 검찰개혁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오른쪽부터)이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법무부가 전국 검찰청 직접수사 부서 축소 계획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국 검찰청의 41개 직접수사 부서에 대해 축소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검찰개혁 방안을 보고했다. 법무부가 축소 대상으로 정한 41개 부서에는 전국 검찰청의 모든 공공수사부가 포함돼있다.

공공수사부(공안부) 주 업무는 선거·노동

공공수사부는 지난 8월 공안부가 이름을 바꿔 단 부서다. 대공·선거·노동 사건을 전담한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공안부는 국가보안법 등 대공·간첩 사건을 주로 다뤘지만 이후 선거·노동 관련 사건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최근 대공 분야 수사는 전체 공안 수사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선거 사건에 특화된 부서가 현재의 공공수사부라는 의미다.

법무부의 직접수사 부서 축소안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 우려가 나오는 건 내년 총선이 5개월여 남은 상황과도 관련 있다. 법무부가 직제 개편을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2020년 국회의원 선거는 공공수사부가 없어진 직후 치러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선거 사건 수사, 전문성 필요한데…" 

검사장 출신 변호사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천이나 선거 기간 중 위법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안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다”며 “전국 검찰청 공공수사부의 검사는 선거기간만 되면 밤을 새워가 이를 모두 수사하거나 지휘해왔다”고 했다. 또 그는 “당장 내년 총선부터 불법이 있어도 손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과 관련,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관련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가 수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과 관련,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관련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가 수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한 검찰 간부는 “선거 관련 법과 지금까지 쌓여온 판례가 워낙 많아 경험이 많지 않은 검사는 이를 다 숙지하지도 못한다”며 “공안부를 50년 가까이 유지해 온 건 이 분야가 그만큼 전문성이 필요해 다른 부서에서 수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없어질 거면 굳이 이름은 왜 바꾼 거냐”고 토로했다.

공공수사부가 폐지될 경우 선거사범 수사 결과가 지역마다 중구난방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는 법원의 판례 등을 토대로 전국 검찰청이 동일한 기준으로 선거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공공수사부가 없어 명확한 처리 기준을 정하지 않으면 당선자가 똑같은 액수의 돈을 받았어도 강원도 지역구에서는 기소하고 경상도 지역구에서는 불기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안 직접수사, '적폐수사'가 대부분"

공공수사부가 직접 수사 부서로 분류된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선거 사건에 대해 공공수사부는 일선 경찰청이 직접 수사토록 하고 주로 지휘한다는 것이다. 또 노동 사건의 경우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하거나 인지해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하는 게 대부분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선거 및 정치에 개입하고 정부 비판 세력을 사찰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 이철성 전 경찰청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현 공공수사2부)가 이 사건을 수사했다.[뉴스1]

박근혜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선거 및 정치에 개입하고 정부 비판 세력을 사찰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 이철성 전 경찰청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현 공공수사2부)가 이 사건을 수사했다.[뉴스1]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지금이 서울중앙지검의 공공수사부 검사 수가 더 많다”며 “공공수사부는 수사지휘를 주로 하고 직접수사는 거의 안 했는데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개입, 정보 경찰 사건 등 이른바 ‘적폐수사’를 하면서 직접수사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14일 저녁 “직접수사 부서를 일부 줄이는 내용으로 추가 직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축소 대상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다만 축소 검토를 진행하는 부서 중에 공공수사부가 포함된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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