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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는 가라…값 내린 자체 발광 OLED TV가 온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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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호 14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등장으로 기존 혁신자는 지위를 잃는다. 가격을 낮게 유지하며 제품의 성능을 향상하면 주류 시장까지 공략한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시장을 일순간에 바꿔놓는다고 말한다.

안방극장 패러다임 대전환 #화질 뛰어나고 접거나 말 수 있어 #신공정으로 채산성 높이면 대중화 #글로벌 TV 제조사들 속속 진출 #2025년 비중 40%로 커질 전망

#TV 산업에서도 대전환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TV 제조사들이 속속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진영에 참여하면서 액정표시장치(LCD)의 시대가 저물 조짐이다. OLED는 성능이 뛰어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TV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그러나 공정 선진화로 가격이 내려가고 있고, 메이저 기업들이 사업의 무게추를 OLED로 옮기고 있다.

글로벌 TV 제조사들은 앞다퉈 OLED 진출을 선언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리샤오솽 샤오미 TV 부문장은 최근 중국 매체 IT즈자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분기에 OLED ‘미(Mi) TV’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샤오미는 OLED TV와 더불어 멀티플 스크린 TV,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전 단계인 ‘미니 LED TV’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 TV 제조사 비지오도 내년에 OLED TV 출시 계획을 내놨다.

이에 따라 OLED TV를 생산하는 기업은 LG전자와 중국 스카이워스·콩카·창홍·하이센스, 일본 소니·도시바·파나소닉, 유럽 필립스·그룬딕·뢰베·메츠·베스텔·뱅앤올룹슨 등 17개로 늘어났다. 삼성전자도 2021년 삼성디스플레이의 QD 디스플레이 양산에 맞춰 OLED TV를 내놓을 전망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OLED는 별도의 백라이트 없이 자체적으로 발광하기 때문에 화질이 뛰어나고 선명하다. 두께도 얇아 신문처럼 접거나 두루마리처럼 말 수도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그러나 대형 TV용으로 만들기에는 수율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 제조사들이 선뜻 OLED TV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 TV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에 OLED용 10.5세대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가격 인하 기대감이 크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공정과 장비로는 양산 수율이 나오지 않아 채산성이 떨어진다”며 “다만 신공정으로 채산성을 높이면 OLED 가격이 낮아져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LCD 패널 과잉 공급으로 LCD TV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점도 OLED 전환을 부채질하고 있다. 글로벌 LCD 패널 1·4위 기업으로 성장한 중국 BOE와 차이나스타가 생산량을 늘리며 세계적으로 LCD TV 가격이 폭락하며 치킨게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TV 제조사들은 OLED로의 전환을 선택했다. OLED가 LCD보다 뛰어난 기술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만 확보되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TV 시장은 새로운 디스플레이 등장과 가격 하락에 따른 전환의 역사를 거쳐왔다. TV 디스플레이의 원조격인 ‘브라운관(CRT)’은 전자총에서 나온 전자가 브라운관 유리의 형광물질을 자극해 여러 화면을 만드는 원리를 이용했다. 전자총과 스크린 사이에 거리가 필요해 뒷부분이 불룩 튀어나왔고, 화면 모서리는 구부러져 영상이 왜곡됐다. 1990년대 전자총을 여러 개 배열해 영상을 출력하는 FED 기술이 등장해 대형 평면 스크린 TV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에는 TV의 부피를 혁신적으로 줄인 LCD와 플라즈마표시패널(PDP) TV가 경합을 벌였다. LCD 진영은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PDP 진영은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이 이끌었다. 초기에는 화면을 더 크게 만들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한 PDP로 시장이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7세대 공정 도입에 성공하며 50~60인치 대형 LCD 패널의 가격을 대폭 끌어내렸고, 결국 TV 시장을 장악했다.

과거 새로운 디스플레이처럼 OLED도 비싼 가격 때문에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 4분기 OLED TV 판매량은 109만 대로 예상된다. 역대 첫 분기 100만 대 돌파 기록이지만 5000만 대가 넘게 팔리는 LCD TV와는 격차가 크다. 현재 65인치 기준으로 OLED TV가 LCD TV보다 150만원가량 비싸다.

그러나 OLED 가격 인하와 수요 확대로 LCD를 빠르게 대체할 전망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의 비중은 2018년 20.5%에서 2025년 40.2%로 커진다. 이에 비해 LCD 비중은 78.8%에서 59.3%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OLED TV는 아직 초기 단계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글로벌 OLED TV 시장점유율 1위(62.2%)인 LG전자는 ‘8K 올레드 TV’와 화면을 말아 넣을 수 있는 ‘롤러블 올레드 TV’ 등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여 격차를 벌릴 계획이다.

일본 소니·파나소닉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필립스·그룬딕·뢰베 등은 세계 최대 OLED TV 시장인 유럽에서 권좌 다툼을 벌이고 있다. BOE가 465억 위안(약 7조8000억원)을 들여 OLED 생산라인 짓기로 하는 등 TV뿐만 아니라 OLED 디스플레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재수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은 “국내 업체들이 선제적 투자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했다”며 “OLED와 롤러블, 폴더블 등의 고부가가치 기술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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