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출 경쟁 '2라운드'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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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단위 아파트단지 중심으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유치 경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우리은행은 24일 아파트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2%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0.2%포인트 인상했던 가산금리를 한 달여 만에 되돌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아파트 파워론2'와 '주택 파워론' 가운데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신규대출의 가산금리가 0.2%포인트 떨어졌다.

우리은행 오승욱 부부장은 "지난달 콜금리 인상 이후 양도성예금증서(CD)의 유통수익률이 0.4%포인트 이상 급등했다"며 "고객의 부담이 단기간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해 금리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은 우리은행의 이번 금리인하가 최근 금융감독원의 대출규제 등으로 주춤했던 주택담보대출 경쟁에 다시 불을 붙이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이 겉으로는 고객의 부담을 감안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급감한 것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달 13일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 은행 등 주요 4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국민.신한.하나 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은 일단 금리인하에 나서기보다는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은행은 또 대규모 아파트단지 입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낮은 금리는 물론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을 제시하며 주택담보대출 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은행이 다음 달 1일 입주 예정인 대구 롯데화성캐슬 골드파크(4256세대)의 입주민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며 주택담보대출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연 5% 초반의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물론 설정비와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조건으로 아파트 잔금대출을 해주겠다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선전하고 있다 한다.

이에 따라 국민.신한.우리.하나 은행 등 경쟁 은행도 이와 동일한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판매할 수 있도록 본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구 롯데화성캐슬 골드파크 아파트단지에는 신한.우리.하나.대구 은행 등 모두 5개의 은행 영업점이 설치될 예정이어서 과당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해당 은행 전담검사역 등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위험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하는 한편 아파트 입주 예정 지역 은행 영업점들의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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