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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기도할게" "네 능력을 보여줄 시간"…2020수능 시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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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4일 오전 서울 이화외고 정문 앞에서 학생들이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선배를 응원 하기 위해 모였다. 학생들은 "수능 대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초콜릿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태윤 기자

14일 오전 서울 이화외고 정문 앞에서 학생들이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선배를 응원 하기 위해 모였다. 학생들은 "수능 대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초콜릿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태윤 기자

"전자기기 없지?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있으면 엄마 줘"

한 어머니는 딸을 시험장으로 보내기 전 금지 물품을 혹시 가져가는지 다시 한번 체크했다. 다급하게 "도시락! 도시락!"을 외치며 보온 도시락통을 건네는 부모도 보였다.

14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 정문 앞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온 학생과 학부모로 붐볐다. 영하로 떨어진 기온 때문에 검은 롱패딩과 목도리, 마스크를 입은 학생이 많았다.

자녀와 함께 시험장을 찾은 부모들은 한마음으로 응원을 보냈다. 고3 딸이 시험을 본다는 이모(44·서울 홍파동)씨는 "시험장으로 들어간 딸의 뒷모습을 보니까 이제야 긴장이 풀린다"며 "내가 더 떨렸는데 아이가 부담 가질까 봐 겨우 참았다. 실수 없이 잘 보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신모(47)씨는 "어차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아서 회사에 하루 연차를 냈다"며 "시험시간 동안 계속 같이 기도하며 기다리려 한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 이화외고 정문 앞에서 학생들이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선배를 응원 하기 위해 모였다. 학생들은 "수능 대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초콜릿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태윤 기자

14일 오전 서울 이화외고 정문 앞에서 학생들이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선배를 응원 하기 위해 모였다. 학생들은 "수능 대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초콜릿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태윤 기자

여느 때처럼 선배를 응원하기 위해 뭉친 후배들도 보였다. 이날 이화외고 정문 앞에는 40명이 넘는 이화외고·상명대부속여고·배화여고 1·2학년들이 "수능 대박"을 외쳤다.

장구와 북, 꽹과리도 등장했다. 학생들은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고 서로 핫팩을 나눠가며 교가를 부르고 틈틈이 "보인다! 보인다! 수능 대박 보인다"라는 응원 구호를 외쳤다.

초콜릿과 응원멘트를 담은 선물을 나눠주는 후배들도 있었다.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수고했어. 너의 능력을 보여줄 시간!" 등 플래카드를 든 학생도 보였다.

오전 5시 30분부터 선배를 응원하기 위해 왔다는 송모(16·이화외고)양은 "오늘 시험 보는 언니, 오빠들이 실수하지 않고 아는 문제 다 맞혀서 원하는 대학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학교 선배들 응원하려고 왔다가 사촌 언니를 봤다"며 "괜히 부담가질까 봐 잘 보라는 말을 못 했는데 후회 없이 시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배화외고 한 학생은 "학생회와 지원자 16명이 모여 오전 6시부터 응원했다"며 "수능 대박 나길 기원한다"고 했다.

14일 오전 서울 이화외고 정문 앞에 학생들이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선배를 응원 하기 위해 모였다. 학생들은 "수능 대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초콜릿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태윤 기자

14일 오전 서울 이화외고 정문 앞에 학생들이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선배를 응원 하기 위해 모였다. 학생들은 "수능 대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초콜릿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태윤 기자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앞에는 혹시나 입실 시간(8시 10분)에 늦을 학생을 위해 봉사활동 나온 이들이 줄지어 섰다. 경찰 외에도 택시, 보안전문기업, 바이크 동호회 등 지원 나온 단체도 다양했다.

3년째 이곳에서 봉사 활동하고 있다는 택시기사 이제근(61)씨는 연신 경광봉을 흔들며 교통 통제를 했다. 급해 보이는 수험생이 보이면 대기하고 있던 개인택시로 바로 안내했다. ‘혹시나 택시비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봉사활동이니 당연히 택시비는 안 낸다”며 웃었다.

전국모터사이클동호회 ‘모닝캄’에서는 5명의 회원이 자신의 오토바이를 갖고 나와 수험생을 챙겼다. 이들은 오토바이가 낯설 학생들에게 헬멧을 꼼꼼히 씌워주며 "공부 잘하게 생겼다" "시험 잘 볼 거다"라고 연신 응원했다. 긴장돼 보이던 학생들도 오토바이에 타고나면 이내 표정이 풀렸다.

13년째 봉사활동 중이라는 조병일(66) 전 모닝캄 회장은 "강제는 아니지만 한 해를 빠트리면 마음이 좋지 않아 계속 나오고 있다"며 "한 번은 수험표를 안 갖고 온 학생이 있어 어머니를 태우고 집까지 갔다가 학교로 전달해준 적도 있다. 봉사로 나온 거지만 혹시나 사고가 나면 내 책임이니까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조씨는 "오늘 데려다준 학생이 '오토바이 처음 타본다'고 하기에 '제일 큰 오토바이를 첫 탑승에 탄 거다'라고 말해줬다"며 "그랬더니 학생이 '기분 좋다'고 하며 시험 보러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면 나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경복궁역 앞에서 시간이 촉박한 수험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봉사활동 나온 바이크 동호회 회원들은 연신 "시험 잘 볼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가영 기자

14일 서울 경복궁역 앞에서 시간이 촉박한 수험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봉사활동 나온 바이크 동호회 회원들은 연신 "시험 잘 볼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가영 기자

안국역과 경복궁역 일대에서만 이날 5명이 넘는 학생들이 긴급 수송 차량을 이용했다. 급하게 집에서 나온 듯 슬리퍼를 신은 학생도 있었다. 가장 늦은 시간에 경복궁역으로 돌아온 김종안(64)씨는 "용산고등학교까지 태워다 주느라 늦었다"고 전했다.

이화외고 정문 앞에는 오전 7시 58분 경찰차를 타고 한 학생이 도착했다. 8시에는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온 학생도 있었다. 8시 7분 택시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달려간 학생을 마지막으로 3분 뒤 정문이 닫혔다.

올해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4만6190명이 줄어든 54만8734명이 지원했다. 1교시는 국어영역으로 비장애인 수험생 기준 오전 10시까지다. 이어 2교시 수학(10:30∼12:10), 3교시 영어(13:10∼14:20), 4교시 한국사·탐구(14:50∼16:32), 5교시 제2외국어/한문(17:00∼17:40) 순으로 진행된다.

이태윤·이가영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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