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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라니" 손학규와 충돌…황교안, 보름새 4번째 버럭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왜 목소리가 높아졌을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은 11일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문재인 대통령-5당 대표 간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있었던 황교안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언쟁 전말을 전했다. 손학규 대표가 황 대표에게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고, 황 대표가 “그렇게라니요”라고 맞받는 등 고성이 오가 결국 문 대통령이 중재했다고 알려진 언쟁이다.

김 실장은 주로 황 대표의 격분 지점을 설명했다.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 논의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손 대표 지적에 황 대표가 “선거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기 전, 한국당이 의원 정수를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냈다”고 반박했더니, 손 대표가 “그것도 법안이라고 내놨냐”고 해 항의하는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만찬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만찬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1야당이 당론으로 낸 법안을 폄하해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인데, 당 안팎에선 황 대표가 근래 ‘버럭’하는 일이 잦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손 대표와의 언쟁도 그 연장 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 논란을 두고서 황 대표는 몇 차례 강한 주장을 폈다. 당 최고위원 집단 반발 등 논란이 일자 지난 1일엔 ‘영입 배제냐’는 취재진에 “배제라니요”라고 했고, 2일엔 당 내부를 향해 “실수한다고 뒤에서 총질하면 되느냐”고 했다. 모두 평소 톤보다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였다.

지난달 28일엔 진보 유튜버와도 ‘설전’을 벌였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행사 후 한 유튜버가 “(광화문) 집회에 태극기 들고 나가는 이유가 뭔가. 공당이 국회에서 정치는 안 하시고”라고 하자, 황 대표는 발걸음을 멈춘 채 격앙된 목소리로 “지금 국회잖아요. 국회에서 일하잖아요. 국회에서 일하고 있잖아요”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당 '오른소리가족' 제작발표회 후 한 진보 유튜버와 설전을 벌이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YTN 캡처]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당 '오른소리가족' 제작발표회 후 한 진보 유튜버와 설전을 벌이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YTN 캡처]

최근 보름 새 4차례 목소릴 높인 건데, 황 대표가 평소 좀처럼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진중한 이미지였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리더십 논란 등을 불식하기 위해 강한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황 대표가 강하게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한 당원 불만이 계속 접수돼온 게 사실”이라며 “황 대표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수도권 한 의원은 “전략이라기보단, 최근 리더십 논란 등 궁지에 몰린 황 대표의 심정이 순간순간 표출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격분 타이밍과 그 효과를 두고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진보 유튜버와 설전은 당 핵심 측근도 “깜짝 놀랐다”고 할 정도로 우발적이었고, 박찬주 전 대장 영입을 강하게 밀어붙인 건 결과적으로 불통 행보였다는 평가가 있다. 손 대표와의 청와대 설전을 두고서도 “민주당 2중대 노릇 하는 사람과 다투고 주범인 대통령이 말리는 연출을 하게 하였으니 참으로 부적절한 처신”(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황 대표가 때론 고성도 내지를 줄 아는 정치인으로 변화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화낼 대상은 국민적 분노 공감대가 형성된 쪽으로 향해야 한다”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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