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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길 줄여 보행로 늘리겠다” 박원순표 광화문광장 재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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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시가 종로구 부암동과 사직동, 청운효자동 일대에 집회가 열려도 우회하지 않고 정상 운행하는 노선버스를 신설한다. 집회나 시위, 자동차 없는 거리 행사 등으로 세종대로 일부가 폐쇄될 경우 반대편 차선은 양방향으로 운영해 이동 편의성을 확보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오후 시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2차 토론회’에서 이 같은 방안을 내놨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집회·시위가 있을 때마다 교통·소음·주차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는 종로구 주민을 위한 대책이다.

당초 계획안 거센 반발 부닥치자 #보류한 뒤 시민·전문가 의견 수렴 #집회 때도 주민 통행권 확보 강조 #박원순 “차기 시장이 결정할 수도”

집회·시위 때 주민 통행권 확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집회·시위 때 주민 통행권 확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서울시는 부암동과 사직동, 청운효자동 일대에 집회·시위에도 우회하지 않는 버스를 신설할 예정이다. 경복궁역에서 통인시장, 경기상고를 거쳐 상명대로 향하는 노선이다. 그동안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 교통이 통제돼 이 일대를 지나는 버스들이 우회해야 했다. 서울시는 종로경찰서와 협의를 거쳐 집회가 열릴 때도 버스 차선을 확보해 정상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집회, 차 없는 거리 행사 등이 열릴 때 반대편 5차선은 양방향 운행으로 바뀐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과 교보생명 사옥이 있는 방향 차선이다. 그동안 광화문 쪽으로 향하는 일방향 차로만 허용돼 사직로·율곡로에서 밖으로 나오려는 차량은 우회를 해야 했다. 주민들의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박 시장은 지난 1일과 3일 삼청동·청운효자동 등에서 주민들을 만나 “집회와 시위로 인해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날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토론회는 지난달 18일 교보빌딩에서 열린 ‘광장 재구조화 왜 필요한가’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시는 교통체증 등으로 일부 시민단체와 행정안전부의 반대에 부닥치자 지난 9월 19일 재검토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의 화두는 ‘보행 중심’이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을 확충하는 한편, 한양도성 녹색교통지역(주로 4대문 안 16.7㎢ 규모)에 대해서 ‘도로 다이어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기본 구간은 4차선, 노선버스가 다니는 구간은 6차선으로 줄인다. 대신 자전거도로와 노상주차장, 대중교통을 늘린다.

서울시가 지난 1월 발표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국제설계 공모 당선작. [뉴시스]

서울시가 지난 1월 발표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국제설계 공모 당선작. [뉴시스]

강진동 서울시 교통운영과장은 “현재 광화문광장 일대 도심을 운행하는 차량은 하루 198만여 대로 평균 속도가 시속 15.7㎞에 불과하다. 서울시 평균은 시속 24㎞”라며 “이 가운데 46%(약 91만 대)는 도심을 통과하는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도심의 신호운영 체계를 바꾸고, 도로 구조를 재편해 이런 차량을 먼 거리부터 우회시키겠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과 서울 용산에서 고양 삼송에 이르는 18.5㎞ 길이의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개통 등 대중교통 확충 방안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새 광장의 완공 때까지 도심 통행량을 현재(일 198만 대)보다 20%, 2030년까지 3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토론에 나선 백인길 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보행과 대중교통 중심이라는 원칙에 맞춰 과감하게 (한양도성 구역 안에서) 승용차를 제거시켜야 하지 않냐”고 했다. 하동익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4대문을 거쳐 가는 차량에 외국처럼 통행요금을 부과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제안했다. 오성훈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은 “친환경 차량만 허용하거나 특정 시간에만 차단해 보행자 우선 도로의 탄력적인 방안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차기 시장에게 재구조화 사업을 넘길 수 있다는 식의 발언도 했다. 박 시장은 “합의할 수 없다면 다음 시장에게 넘길 수 있다”며 “의견을 다듬어 어정쩡한 절충안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방안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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