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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새 대미 담화 3건…연말 다가오자 초조한 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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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수석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10월 5일 오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맨 왼쪽이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국장. 당시 협상엔 북측 차석대표로 참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수석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10월 5일 오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맨 왼쪽이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국장. 당시 협상엔 북측 차석대표로 참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미 비핵화 협상이 정체 중인 가운데 북한이 6일 한밤중 담화를 내고 미국을 압박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 명의의 담화를 보도한 건 6일 오후 9시30분께. 미 동부시간 기준 오전 7시30분쯤으로, 백악관 등에서 통상 오전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대다. 직접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란 의미다.
권 대사는 한·미가 연합공중훈련을 다음달 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스톡홀름 조미(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지 한 달 만에 미국이 련합공중훈련계획을 발표한 것은 우리에 대한 대결 선언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며 “우리의 인내심은 한계점을 가까이하고 있으며 우리는 결코 미국의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을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담화를 낸 것을 시작으로, 27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 이어 보름 간 미국을 향해 세 번째 담화를 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비핵화 협상 관련 미국에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오라”며 연말 시한을 제시했고, 그 성과를 내기 위해 미국을 압박하는 총력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북·미는 지난달 5일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 한 달 넘게 협상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대미 담화가 잦아지는 건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한 당국의 초조함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 [로이터=연합뉴스]

김계관 외무성 고문. [로이터=연합뉴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이를 반영하듯 권 대사의 담화는 이전 담화들과 결이 달랐다. “연말을 지혜롭게 보내라”(김계관 고문)→“영원한 친구는 없다” (김 영철 부위원장)에서 “인내심 한계점”으로 압박 강도가 한층 세졌다. 또 이전엔 미국과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 김계관, 김영철 등을 내세워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번엔 협상에 참여 중인 권 대사가 직접 나서 협박성 발언을 했다. 권 대사는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북측 차석대표로 나선 바 있다. 그는 담화에서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조미(북미)관계 진전을 가로막고 우리가 이미 취한 중대조치들을 재고하는 데로 떠밀 수 있다는 데 대하여 한 두 번만 강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대조치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유예를 의미하는데 이를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군사적 도발을 하겠다는 명분을 쌓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지난 10월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0월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지난달 스톡홀름 실무협상에 이어 다음 실무협상은 11월 중, 늦어도 12월 초까지는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일단 후속 실무협상이 연내 열릴 거란 데는 전문가들 전망도 일치한다. 다만 국정원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예상했다. 국정감사에서 “현재 북한 내 신포조선소에서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해 전폭 약 7m, 전장 약 80m 규모의 신형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으며, 공정이 마무리 단계여서 관련 동향을 추적 중”이라면서다. 북한은 지난달 2일 원산 일대에서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쐈다. 국정원은 북한의 SLBM 관련해 “신형 잠수함을 진수하게 되면, (그) 잠수함에서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어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일 SLBM 발사는 수중 발사대가 설치된 바지선에서 쐈지만, 향후 도발에선 잠수함에서 직접 발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3일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한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3일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한 모습. [연합뉴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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