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북정책 제일 많이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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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사진) 통일부 장관은 23일 국제사회의 북한 미사일 발사 저지 노력과 관련해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한 나라"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SBS-TV 프로그램에 출연, "중국도 실패했고 우리도 실패를 인정하지만, 국제사회의 다른 나라도 북한 설득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미 간에는 한.미 동맹이라는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에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없지만, 차이가 나는 것은 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한계에 부닥친 것 아니냐.

"논리적으로 보면 어느 나라도 북한 미사일 발사를 막지 못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가장 위협하고자 한 나라가 미국이라면, 실패로 따지면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

-한.미 동맹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몇 가지 북한 문제에 의견이 다른 게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800기 이상의 북한 미사일이 남한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한국의 안보불감증을 꼬집었는데.

"직접 듣지 못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안보불감증이라면 흔쾌히 동의하지 못한다."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북한을 지원했기에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우리가 (6자회담 복귀 촉구 등)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겠느냐."

이영종 기자

[뉴스 분석] 대북 독자 해법 신호탄
한.미 공조 균열 우려

이종석 장관의 미국 비판 발언은 미사일 발사 사태 이후의 국면에서 한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사일.핵 문제에 있어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는 노무현 정부의 인식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일본 등 국제사회가 막지 못한 미사일 발사 문제에 대한 부담을 한국 정부가 대부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담겨 있다.

유엔 대북결의문의 신중한 적용을 주문하거나 일본에 직격탄을 날리던 데서 미국에도 비판을 제기하는 쪽으로 선회한 대목도 눈길이 간다. 그가 지난주 한 TV 토론에서 "미국이 한다고 다 국제사회의 대의에 맞느냐는 따져 봐야 한다"고 한 데서 한발 더 나갔기 때문이다. 한.미 간의 빈틈없는 공조보다 차별화된 해법을 시도하려는 조짐이란 관측이 나온다.

관심은 이 장관이 왜 미국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지에 쏠리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 장관과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일정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 문제를 챙겨야 하는 반 장관 대신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이종석 장관이 대미 비판의 총대를 멨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북한 미사일 대책이 강경일변도로 흐르는 것을 견제하고 북한에는 미.일에 마냥 끌려가는 것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이 장관의 잇따른 대미 비판 목소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사일 도발의 장본인인 데다가 연일 사태를 악화시키는 북한에는 침묵하면서 미국책임론만 부각시키는 게 적절하느냐 하는 지적이다. 이런 이 장관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범민련 북측본부는 대북 쌀 지원 유보결정을 내린 이종석 장관을 거명해 미국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 내 보수와 북한으로부터 협공을 받는 처지에 빠진 이 장관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이영종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통일부 장관(제32대)
[現]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195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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