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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거짓'에 오보···앞으로 그런 기자도 제한 한다는 법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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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1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달1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거짓말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까."

[현장에서] "오보 쓰면 출입제한" 법무부 훈령 논란에 언론계 반발

지난 9월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했던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물었던 질문이다.

이날 이 의원과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조 전 장관에게 인사청문회와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밝혔던 해명과 달랐던 사실을 파고들었다.

사실과 달랐던 조국의 해명들  

두 의원은 블라인드 투자라던 사모펀드는 블라인드가 아니었고, 5촌 조카가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던 사모펀드의 대표는 5촌 조카였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2주간 인턴 활동을 했다던 딸은 왜 5일 만에 그만뒀는지 캐물었다.

10월 1일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도 대정부질문에서 조 전 장관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조 전 장관이 딸 대학 입시에 제출하지 않았다던 단국대 제1저자 논문이 고려대에 제출된 것으로 드러난 뒤 "사실과 다른 답변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가족들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대해 "뼈아픈 실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불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가족들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대해 "뼈아픈 실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불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1]

조국 "그때 알고 있던 바를 말해 거짓 아냐" 

이 질문들에 조 전 장관은 "당시에 제가 알고 있는바, 확인했던 바를 그대로 말씀드렸기에 거짓이 아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때 아는 만큼 말했기에 거짓의 고의가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시 조 전 장관의 답변을 보도한 언론사는 오보를 쓴 셈이 됐다. "그땐 오보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오보"라는 언론사의 해명을 납득할 독자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사퇴한 조 전 장관 얘길 다시 꺼낸 건 그가 35일간 장관으로 재직하며 마무리 작업을 했던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법무부 훈령의 독소조항 때문이다.

새 법무부 훈령 "오보 내면 출입제한" 

12월 1일부터 시행되는 해당 훈령 제33조에 따르면 사건관계인,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낸 기자는 검찰청 출입을 제한받을 수 있다.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언론계는 이 '오보'의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판단 주체가 검찰총장과 검사장인 것이 문제라 지적한다.

당장 이 기준을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보도에 적용하면 조 전 장관의 잘못된 해명을 보도한 많은 언론사가 검찰 수사 결과와는 다른 오보를 냈기에 수사 종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출입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

거짓을 말한 공직 후보자는 장관이 되고 그 거짓을 보도한 언론사가 출입 제한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검사 인사권을 지닌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잘못된 해명을 실어준 언론사에 검찰청이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

더 큰 문제는 조 전 장관 등 고위공직자와 법무부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때다.

사실 보도가 오보로 둔갑할 가능성  

이런 상황에선 잘못된 해명과 배치되는 '사실 보도'를 한 언론사는 오보를 낸 언론사로 지목받아 취재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장관 대행)이 지잔달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법무부 차관(장관 대행)이 지잔달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조항이 법무부와 검찰에게 허위 주장은 물론 그 허위 주장을 반박하는 언론사에 '제재'를 가할 힘까지 부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번 훈령은 과도하게 자의적이고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언론의 소명이 이런 '거짓 해명'을 밝혀내는 것에 있다고도 지적한다. 언론이 정부의 잘못된 해명을 단순히 받아쓰는 것이 더 문제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언론에 "사실이 아니다"고 밝히는 해명들은 민감한 시기에 터지는 민감한 보도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법무부가 오보를 낸 기자와 언론사를 대상으로 검찰청 출입제한 조치를 취하는 강경대응을 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달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다중노출로 촬영한 모습. [뉴스1]

법무부가 오보를 낸 기자와 언론사를 대상으로 검찰청 출입제한 조치를 취하는 강경대응을 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달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다중노출로 촬영한 모습. [뉴스1]

오보 제재, 언론 역할 축소시킬 가능성 

언론 입장에선 이런 해명이 실제 거짓임을 밝혀내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오보 시 출입제한'이란 독소 조항이 오히려 그런 언론의 역할을 축소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부와 검찰이 항상 국민에게 진실을 말한다는 전제가 없는 이상, 이들이 언론 오보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중단돼야 한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도 그들이 '오보'라 주장했던 많은 보도가 실제 사실로 드러난 경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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