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이냐, 교체냐.
지난해 12월 11일 당선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임기는 12월 10일 만료된다. 임기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한국당 내에선 나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설왕설래다. 한국당 당헌에는 ‘원내대표의 임기를 1년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원칙대로라면 12월에 새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
현재 한국당 내에선 심재철(5선), 유기준(4선), 강석호(3선)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심 의원은 국회부의장을 지낸, 수도권 5선의 관록을 내세우고 있다. 유 의원은 친박계 중진이면서 황 대표와의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편으로 알려져 있다. 강 의원은 ‘영남-비박계’로 원만한 대인관계가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국회의원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이면 의원총회의 결의를 거쳐 의원 임기 만료까지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즉 나 원내대표는 20대 국회를 마칠 때까지 임기를 유지할 수 있다.
나 원내대표도 내심 내년 총선때까지 원내사령탑 유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 측 인사는 “총선을 고작 4개월 앞두고 원내 지도부를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를 바라보는 한국당 기류는 복잡하다.
일단 원내지도부의 지도력과 협상력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가 있다. 9월 초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개최를 두고도 한국당 청문위원들까지 나 원내대표를 향해 공개 반발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연동형 비례제와 공수처법 등 현안이 많기에 협상력이 강한 인사로 교체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대안 부재론’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원내대표 경선을 하면 내부 분란만 커지지 않겠나”라며 “지금 거론되는 이들은 ‘60대-남성’이기에 당 이미지 재고에 도움이 안 된다. 나 원내대표가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역시 “대중적 인지도 등에서 나경원만한 정치인이 지금 한국당에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는 의원 중에선 되려 총선까지 나 원내대표 체제가 유지되길 바라는 이도 있다. 12월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총선 이후엔 교체돼야 하는 ‘반년 짜리’에 불과해서다. 실제 재선 의원 중 일부는 “나경원을 더 이상 흔들지 마라”며 나 원내대표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이번 말고 총선 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피력하는 3선도 있다.
복잡한 기류 속 나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가를 변수는 두가지다.
첫째 패스트트랙 수사 결과다.
현재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한국당 의원은 60명이다. 이중 몇 명이 실제 기소가 되느냐에 따라 나 원내대표의 재신임도 직결될 것이란 전망이다. 나 원내대표는 “내가 지휘했기 때문에 책임질 것”이라며 동료 의원의 검찰 소환 불응을 지시해왔다. 나 원내대표는 다음달 7일 검찰에 출두할 예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악수’를 뒀다는 지적도 있다.
나 원내대표는 22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도록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조국 전 장관 낙마에 기여한 의원에겐 표창장과 상품권도 줬다. 이후 범여권의 비판 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김무성 의원은 29일 “아연실색했다. 미친 것 아니냐”라고도 했다.
더 큰 변수는 황교안 대표의 의중이다.
당내에선 원내대표 유지-교체를 놓고 ‘황심’(黃心)의 방향에 따라 다수 의원이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발언한 다음날인 23일 당 일일점검회의에서 “공천룰은 신중하게 발표해야 한다”며 “해당(害黨) 행위”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를 콕 집진 않았지만 이날 황 대표의 해당행위 발언이 “원내대표 선거를 염두에 두고 한 말 아니냐”는 해석이 적지 않다.
다만 당시 회의에 참석한 당 관계자는 “민감한 공천룰이 당 지도부와 협의없이 외부에 노출된 것을 황 대표가 문제 삼은 것이지 나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유성운·김준영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