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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미친개미·악취시계꽃…'입국 승인' 받아야 할 생물 200종 지정

중앙일보

입력

나일농어. 아프리카 나일강과 하천, 호수 등에 사는 길이 2m, 무게 140kg의 입이 큰 어류다.

나일농어. 아프리카 나일강과 하천, 호수 등에 사는 길이 2m, 무게 140kg의 입이 큰 어류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왔을 때 생태계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외래 생물 종에 대한 검사·관리가 강화된다.

생물종 '해외 직구' 막는 리스트 #이미 유입된 외래종엔 대책 없어

환경부는 나일농어‧중국미꾸라지 등 유해 외래생물 200종을 ‘유입 주의(注意) 생물’로 지정, 고시한다고 30일 밝혔다.

유입주의종으로 지정된 악취시계꽃. 미국, 멕시코, 중남미가 원산지다. 강한 머스크 향을 가지고, 벌레를 잡아먹기도 한다. 특이한 생김새와 생태로 미국 상거래 사이트에서는 씨앗을 거래할 정도로 애호가도 있다.

유입주의종으로 지정된 악취시계꽃. 미국, 멕시코, 중남미가 원산지다. 강한 머스크 향을 가지고, 벌레를 잡아먹기도 한다. 특이한 생김새와 생태로 미국 상거래 사이트에서는 씨앗을 거래할 정도로 애호가도 있다.

유입주의 생물로 지정된 200종은 ▶기존에 지정된 위해 우려종 153종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지정한 악성 침입 외래종▶기존 생태계 교란 생물과 생태적·유전적으로 유사한 종이다.

이들 중에는 피라냐(Pygocentrus nattereri), 중국미꾸라지(Paramisgurnus dabryanus) 등 국내에 이미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 종도 있다.

또, IUCN 지정 악성 침입외래종인 나일농어(Lates niloticus), 노랑미친개미(Anoplolepis gracilipes), IUCN 지정 침입 외래종이면서 기존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됐던 가짜지도거북(Graptemys pseudogeographica), 독성이 있고 해외 생태계 피해사례가 있는 악취시계꽃(Passiflora foetida)도 유입주의 생물 목록에 포함됐다.

생태계 교란 생물인 영국갯끈풀과 비슷한 아메리카갯줄풀(Spartina patens), 파랑볼우럭과 비슷한 초록블루길(Lepomis cyanellus) 등도 포함됐다.

외래종 수입 신고·승인해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꼽은 가장 위험한 100종 안에 드는 노랑미친개미. 위험을 잘 피해 퍼져나가기 때문에 소탕이 쉽지 않아, 남태평양, 동남아 등 열대지방에 넓게 퍼져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꼽은 가장 위험한 100종 안에 드는 노랑미친개미. 위험을 잘 피해 퍼져나가기 때문에 소탕이 쉽지 않아, 남태평양, 동남아 등 열대지방에 넓게 퍼져있다.

앞으로는 ‘유입주의 생물’ 자체와 알‧꽃‧열매‧종자‧뿌리 등을 수입하려면 관할 지방·유역환경청에 유입주의 생물의 수입‧반입을 신청하고, 실물 수입 전에 승인 절차를 마쳐야 한다.

최초 수입 승인을 신청하면 해당 종에 대한 위해성평가를 받아야 한다.

신고·검사 기준이 되는 ‘유입주의 생물’ 리스트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환경부는 30일부터 유입주의 생물에 대해 위해성 평가를 진행, 위해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생태계 교란 생물 또는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로 지정하게 된다.

반대로 위해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면 유입주의 생물 리스트에서 제외한다.

환경부는 앞으로 유입주의 생물 목록에 새로운 종을 계속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
환경부는 "2023년까지 1000종 이상을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 때만 안 걸리면… 국내 유통은 처벌 불가

가짜지도거북. 기존에 '위해우려종'이었으나 이번에 유입주의생물로 재지정됐다. 새로 수입하는 첫 수입자가 신고해 위해성 평가를 받은 뒤, '생태계교란생물' 혹은 '생태계위해우려생물' 지정을 받아야 한다.

가짜지도거북. 기존에 '위해우려종'이었으나 이번에 유입주의생물로 재지정됐다. 새로 수입하는 첫 수입자가 신고해 위해성 평가를 받은 뒤, '생태계교란생물' 혹은 '생태계위해우려생물' 지정을 받아야 한다.

지난 13일에는 광주광역시 광주호 인근에서 키우다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악어거북이 발견됐다.

악어거북은 세계에서 가장 큰 민물거북이자 멸종위기종으로 국제 거래가 금지돼 있지만, 이번에 발견된 악어거북은 애호가가 키우다 버려진 개체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 들어오는 유입생물 중에서는 애호가가 개인적으로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한 경우도 많다.
인터넷으로 해외에서 개인적으로 생물을 사서 들여오거나 판매하는 경우 제재 또는 감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해외 생물 수입 시 ‘자발적으로 신고’하게 돼 있어 일 년에 해외 종 수입신고는 6~7건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서 들어온 유해종에 대해선 수입 통계도, 국내 분포 현황조사도 없다.

올해 파악된 해외 유해종은 항만 등에서 적발된 중국미꾸라지 10건이 전부다.

이번에 유입주의 생물을 지정했지만, 생물을 수입한 뒤 재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실제 수입 생물이 신고 종과 다를 경우 잡아낼 방법은 없다.

‘수입’ 단계에서만 걸리지 않으면 국내에서 판매, 방류해도 관련자를 처벌할 수 없다.
또, 불법 밀수입 후 유통된 생물을 적발했을 때도 ‘방제 조치’가 대책의 전부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현재 법으로는 수입한 당사자 외 중간 판매자나 구매자, 취급자는 처벌 근거가 없어 규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유입주의 생물 리스트에 없는 종은 법정 관리 대상도 아니다.
‘미지의 종’은 여전히 국내로 들어오는 데 제약이 없는 셈이다.

환경부 이준희 생물다양성과장은 “도입 가능한 종만 '화이트 리스트'로 관리하는 방안은 너무 광범위하고, 이해관계자 반발도 있어 일단 유입주의 생물 목록을 만든 뒤 늘려나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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