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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범동, 자산 빼돌린 정황…연예인에 90평 주택 팔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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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지난달 16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타고 있다. 오른쪽은 조씨가 2018년 11월 WFM 회사 자금으로 중고차 사이트에서 9370만원 상당으로 사들여 개인 용도로 사용한 포르쉐 유사 모델[연합뉴스, 위키피디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지난달 16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타고 있다. 오른쪽은 조씨가 2018년 11월 WFM 회사 자금으로 중고차 사이트에서 9370만원 상당으로 사들여 개인 용도로 사용한 포르쉐 유사 모델[연합뉴스, 위키피디아]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37)씨가 구치소에서 자신이 업체로부터 횡령한 자산을 처분한 정황이 포착됐다.

 30일 사모펀드 업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딸‧아들과 함께 투자한 사모펀드(블루코어밸류업1호)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대표였던 조범동씨가 아내 이모(36)씨 명의로 된 경기도 용인의 304.1m²(92평) 아파트를 최근 10억원가량에 매매했다.

 조씨는 지난 3일 구속기소 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가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조씨는 코링크PE와 웰스씨앤티, 익성과 더블유에프엠(WFM) 등으로부터 71억5370만원을 횡령했다. 영어 교육 업체였다 코링크PE가 경영권을 인수한 뒤 2차 전지로 사업을 확장한 WFM에서는 조씨가 고가 수입차인 포르쉐를 사기 위해 회사 자금 9370만원을 횡령했다.

 조씨의 아내 이씨는 가로등점멸기 업체 웰스씨앤티 2대 주주로 올라가기도 했다.

조범동씨가 2015년 발간한 『지금 당장 주식투자에 선물옵션을 더하라』. WFM 직원들에게 자신을 주식 전문가로 소개했다고 한다. [중앙포토]

조범동씨가 2015년 발간한 『지금 당장 주식투자에 선물옵션을 더하라』. WFM 직원들에게 자신을 주식 전문가로 소개했다고 한다. [중앙포토]

 중앙일보가 조씨 측이 지난 6일 매매한 해당 아파트에 가보니 단지 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으로 전망이 좋은 15층에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은 “2주 전쯤 이사를 나간 것으로 들었다”며 “지금 아무도 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등기부 등본상 이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은 유명 연예인 부부로 나왔다. 현재 다른 지역에 사는 해당 연예인은 취재진과 만나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급하게 알아봤는데 때마침 매물이 나왔다”며 “조범동씨와 연관된 집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파트 매매가 이뤄지기 전에 제3의 인물이 가등기를 걸어놨다는 점이다. 등기부 등본상 민모(56)씨라는 인물이 지난 9월 20일 매매예약으로 ‘소유권 이전 청구권 가등기’를 걸어놨다. 조 전 장관이 지명되고 사모펀드 의혹이 커지자 8월 말 해외로 도피했던 조씨는 지난달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WFM 관계자는 “체포된 지 불과 6일 만에 제3의 인물에게 시켜 매매예약을 걸어 압류를 피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WFM은 지난달 23일 조범동씨에 대해 회사 자금 17억8838만원을 횡령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중앙일보는 WFM 주장에 대한 해명을 들으려 민씨에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

조범동씨(왼쪽)가 2016년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 기업과의 6000억원대 투자유치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중국 측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사진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실]

조범동씨(왼쪽)가 2016년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 기업과의 6000억원대 투자유치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중국 측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사진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실]

 사모펀드 업계에 따르면 조씨는 코링크PE 대표로 지내던 과정에서 자신의 나이보다 10세 많은 행세를 하고 다녔다. 2012년과 2015년 발간한 『원칙대로 손절하고 차트대로 홀딩하라』, 『지금 당장 주식투자에 선물옵션을 더하라』등 2권을 직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며 자신을 주식전문가로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 측 변호인은 최근 정경심 교수 측이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조범동 측의 잘못을 피의자에게 덧씌우는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모펀드 의혹의 ‘몸통’은 조씨라는 주장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도 나왔다.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은 지난 8일 공개된 녹음 파일을 통해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와서 영어를 봐달라고 했다”며 “조범동은 아마 (관련자들에게) ‘저사람 봤지? 민정수석 부인이고 회사 봐주고 있다’ 이랬을 거다”고 말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지난 25일 첫 재판 뒤 취재진에 “자신(정 교수)은 죄가 없는데 남의 죄를 덮어썼다는 얘기인데, 너무 화가 났다”고 밝혔다. 조씨는 정 교수보다 21세 어린데다 고졸로 학력도 내세울 것이 없어 사모펀드를 주도적으로 움직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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