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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못한 일 해냈다···290억 걸린 IS수장 알바그다디 악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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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AP=연합뉴스]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AP=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8)는 중동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의 역사에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1971년 이라크 중북부 사마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이브라힘 알리 알바드리 알사마라이로 알려졌다. IS는 2014년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맞이해 6월 29일 국가 수립을 선포하며 그를 칼리파(초기 이슬람 시대의 신정일치 지도자) 이브라힘’으로 발표했다.

2014년 IS 칼리파 추대되며 얼굴 공개

그는 이 발표 직후인 7월 5일 얼굴을 처음 공개했다. 이라크 모술의 대모스크에서 그가 설교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다. 당시 그는 검은 터번을 머리에 두른 성직자의 복장으로 등장했다. 검은 터번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임을 뜻한다.

이후 그가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9년 4월 IS의 홍보 매체 알푸르칸을 통해서다. 칼리파로 추대된 지 5년 만이었다. 그사이 그를 둘러싼 사망설·중상설 등이 끊이지 않았지만 확인된 바는 없었다. 지난달에는 알바그다디로 추정되는 음성 메시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알바그다디는 9·11테러를 주도했다가 2011년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과 자주 비교됐다. 미국 정보당국이 바그다디에게 내건 현상금도 빈 라덴과 같은 2500만달러(약 29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바그다디는 빈 라덴조차 하지 못했던 ‘국가 수립’을 이뤄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계기로 IS 가담

알바그다디는 빈라덴과 달리 평범한 가정 출신이다. 바그다드의 한 대학에서 이슬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재자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에 이슬람 신앙을 설교하며 반정부 활동을 펼쳤다. 그가 본격적인 무장 투쟁에 나선 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로 알려졌다.

미군에 체포된 적도 있다. 미군이 2004년 수니파 저항세력의 근거지였던 안바르주 팔루자를 탈환하는 작전 중 그를 체포했다. 그는 그해 4월 이라크 남부 부카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석방됐다. 다만 석방 시점은 그해 12월이라는 설과 2009년이라는 설이 엇갈린다.

석방 이후 행적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이라크의 상황을 고려하면 강경 수니파 무장조직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에 가담, 서열이 점점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이라크이슬람국가(ISI·AQI가 개명한 조직)의 수장 아부 오마르 알바그다디가 폭사한 뒤 이 조직을 장악한다.

그는 내전의 혼란에 빠진 이라크에서 빠르게 세력을 넓히면서 2013년 4월 ISI를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로 이름을 바꾸고 시리아의 강경 수니파 반군을 흡수, 2014년 6월 IS라는 자칭 국가 수립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빈라덴조차도 이뤄내지 못한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알카에다는 당시 ISIS에 시리아 조직을 일부 빼앗기자 2014년 2월 관계 단절을 발표했다. IS는 그러나 여전히 자신이 알카에다의 설립자이자 지하드의 상징인 오사마 빈라덴의 ’적통‘임을 주장해 왔다.

IS는 2015년 낸 문서에서 자신의 출발점을 아부 무사부 알자르카위(2006년 폭사)가 1999년 이라크에서 세운 ’자마트 알타우히드 왈지하드‘라고 선언했다. 이 조직은 알자르카위가 빈라덴에게 충성을 맹세한 뒤 AQI로 변신했다.

‘외로운 늑대’ 선동…“가장 부유한 테러조직”

IS는 2014년부터 3년간 ‘국가’를 운영하며 테러로 위세를 떨쳤다. 자체 행정·사법 조직을 운용하면서 화폐도 따로 발행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유전지대를 장악해 ’가장 부유한 테러조직‘으로 불렸고, 근거지인 이라크·시리아는 물론 북아프리카, 예멘·사우디의 무장조직이 IS의 지부를 자처했다. 전성기 때의 알카에다를 능가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장 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서방의 ‘외로운 늑대’(단독으로 행동하는 테러리스트)를 이슬람 극단주의로 유도해 테러를 선동했다. IS의 직접 지령을 받지 않았어도 IS의 사상을 추종하는 극단주의자의 테러가 잇따랐다. 그 중심엔 테러분자들의 정신적 지주 알바그다디라는 인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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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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