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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의원들 “대한민국 정부, 대한민국 농민 포기했다”

중앙일보

입력

24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WTO개도국지위 유지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관계자 등이 정부의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WTO개도국지위 유지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관계자 등이 정부의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5일 오전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정치권에선 농촌에 지역구를 둔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반발

황주홍 민주평화당(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소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늘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농민을 포기하는 선언을 했다”는 내용의 긴급 성명서를 냈다.

그는 성명서에서 “‘대통령인 제가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반농업적 판단을 할 수 있는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도시 근로자 (가구)소득에 비해 거의 5분의 1에 불과한 농업 (가구)소득에 힘겨워하는 300만 농·어민을 나 몰라라 하는 정부의 행태에 할 말을 잃는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밝히고 있다.[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밝히고 있다.[뉴스1]

이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의해 24년간 유지해온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는 것은 국내 다른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업 분야의 피해를 최대화하겠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 국가 ▶세계 무역 비중 0.5% 이상인 국가를 기준으로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을 언급하며 개도국 지위 포기를 요구했었다.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둔 손금주 무소속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농민, 관계 단체 등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된 결정인지 답답할 따름”이라며 “다음 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결정이 우리나라 자동차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적용받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는 아닌지, 정부의 대비책은 있는지 등을 따져 묻고 대응을 촉구하겠다”고 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은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이 “가뜩이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중 삼중 어려운 게 농촌 현실이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대한민국 농업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했고 오후엔 한국당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이 “대책 없는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공식화는 문재인 정부의 농민 무시, 농업 포기”라는 성명서를 냈다.

한국은 1995년 WTO 가입 이후 농업·기후변화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이번 정부 결정으로 향후 WTO 내 개도국 지위가 상실되면 그간 농업 분야에서 받아온 관세 및 보조금 감축률, 이행 기간 등의 각종 특혜가 사라지게 된다.

앞서 국회 농해수위는 지난 17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 및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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