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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 대마 밀반입’ CJ그룹 장남 이선호 집행유예로 석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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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선호씨가 24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선호씨가 24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2시10분 인천지방법원 형사법정.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이선호(29)씨는 손을 모으고 주문을 들었다. 이날 인천지법에서는 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씨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다. 이씨는 이날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인천지법 형사12부(송현경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이씨에게 2만7000원을 추징했으나 보호관찰이나 약물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대마를 포함한 마약류는 환각성과 중독성이 심해 이씨는 물론 사회 전반에 끼치는 해악이 매우 크다”며 “이씨의 범행은 법정형이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중한 범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에게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이씨가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이씨가 들여온 대마는 모두 압수돼 사용되거나 유통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48일만에 풀려난 이씨는 인천 미추홀구 구치소를 나서면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라고 답했다. 대마를 왜 반입했냐는 물음에는 반복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씨 측 결심공판서 반성의 뜻 밝혀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씨가 해외에서 대마를 수수·매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로 반입했다”며 “밀반입한 마약류의 양이 상당하고 흡연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중대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이씨의 변호인은 “이씨가 크나큰 잘못을 했고 일말의 변명 없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스스로 검찰을 찾아가 용서를 구했고 영장실질심사까지 포기하고 구속을 자처한 것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뿐만 아니라 앞으로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가 유전병을 앓으면서도 어려운 환경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극복하려는 순수성과 의지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마약류 밀반입하려다 공항세관서 적발

인천지방법원 전경 [중앙포토]

인천지방법원 전경 [중앙포토]

이씨는 지난달 1일 오전 4시55분쯤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변종 대마를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입국 당시 그는 여행용 가방에 대마 오일 카트리지 20개, 백팩에 대마 사탕 37개와 젤리형 대마 167개를 넣어 밀반입을 시도하다가 공항세관 수화물 검색과정에서 적발됐다. 이씨의 마약 밀반입 사실을 확인한 세관 당국은 검찰과 협의를 거쳐 이씨의 신병을 검찰로 넘겼다. 검찰은 당일 조사에서 이씨의 마약 투약 사실도 확인했다. 이씨는 간이소변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검출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대마 오일 카트리지를 수차례 흡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으로 입국하기 전인 지난 8월 29일에는 LA의 한 대마 판매점에서 대마 오일 카트리지, 대마 사탕, 대마 젤리를 샀다. 이어 같은 날 지인으로부터 변종 마약을 건네받기도 했다.

한편 이씨가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형평성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이씨는 지난달 4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을 찾아 “자신으로 인해 주위의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받는 것이 마음 아프다”며 구속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씨에게 자진 출석한 이유를 재차 확인한 뒤 그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 긴급체포했다. 그는 “잘못을 책임지겠다”며 영장실질심사에도 불출석했다.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이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이씨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5월 식품 전략기획 담당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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