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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미세먼지는 태풍…다음 달부터 일주일 예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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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이대균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 천권필 기자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이대균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 천권필 기자

“미세먼지 예보를 잘했느냐 못 했느냐고 한다면 우리가 앞으로 더 잘해야 하는 게 맞지만, 건강적인 피해가 없으니까 오히려 다행인 측면도 있죠.”

이대균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 예보가 빗나간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대균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 인터뷰

2013년에 미세먼지 예보관 생활을 시작한 이 센터장은 지난 7월부터 국내 미세먼지 예보를 총괄하는 통합대기질예보센터를 이끌고 있다.

21일 수도권 전역에서 시행된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 역시 이곳에서 발표한 미세먼지 예보를 기준으로 발령된다.

‘예비저감조치’란 모레 비상저감조치 시행 가능성이 높을 경우 그 하루 전에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선제적인 미세먼지 감축 조치를 말한다.
내일과 모레 모두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당 50㎍(마이크로그램)을 초과할 것으로 예보가 발표되면 시행된다.

하지만, 고농도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보와 달리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1일(26㎍/㎥)과 22일(23㎍/㎥) 모두 ‘보통(16~35㎍/㎥)’ 수준이었다.
이 센터장에게 예보가 틀린 이유를 직접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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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도 시나리오 시작부터 무너져”

수도권 전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시행된 21일 오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수도권 전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시행된 21일 오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예비저감조치가 내려질 정도로 고농도 미세먼지 예보를 한 이유는
당초 20일 저녁부터 (국외발 미세먼지가) 유입되고, 한반도가 고기압권에 있기 때문에 22일 오전까지 대기 정체가 되면서 농도가 많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미세먼지 농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는데
20일에 들어오는 1차 유입이 기저농도를 높여야 했는데 강도가 예상보다 약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봤던 게 시작부터 무너졌다. 또,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동풍이 불면서 22일에 남부지방에서부터 미세먼지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태풍이 북상해 중부 내륙까지 영향을 주면서 예상보다 빨리 미세먼지가 해소됐다.
미세먼지 시즌이 시작된 건 맞나
과거 사례를 분석해보면 10월 15일 이후부터 11월 초순 사이에 첫 번째 고농도 사례가 나왔다. 10월 중순 이후가 고농도의 시작점이라고 보는 게 맞다

“11월 말부터 미세먼지 주간 예보”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이대균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 천권필 기자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이대균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 천권필 기자

현재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서는 총 13명의 예보관이 교대 근무를 하면서 미세먼지 예보를 하고 있다. 각종 관측 자료와 모델링을 통해 얻은 예측치를 토대로 예보관이 최종 판단한다. 원래는 8명이었지만, 미세먼지 시즌에 대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인원을 보강했다.

미세먼지 예보는 얼마나 정확한가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는 전체적으로 83~84% 수준이고, 고농도일 때는 정확도가 72~73%로 약간 떨어진다. 현재 미세먼지와 관련한 관측 자료를 늘리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예보 모델을 개발하는 등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중국발 미세먼지는 태풍에 비유할 수 있다. 태풍이 적도에서 생겼다고 해서 모든 태풍이 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직접 영향을 주는 것도 있지만 비껴가기도 한다. 이런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중국발 미세먼지는 수도권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중국 자체적으로 영향을 주고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현재는 모레까지만 예보하는데, 기상청 날씨 예보처럼 장기 예보를 왜 하지 않나
솔직히 역량이 안 된다. 기상청은 예보 역사가 70년이지만, 우리는 이제 5년 됐다. (장기 예보를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해왔고, 이르면 11월 말부터 주간 예보를 시범적으로 시작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간 전망 예측 자료를 공개하려고 한다.

겨울철에 미세먼지 심한 이유는? 

수도권 전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한강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연 미세먼지에 싸여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전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한강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연 미세먼지에 싸여 있다. [연합뉴스]

그에게 평소 미세먼지와 관련한 궁금증도 물었다.

여름철에는 미세먼지가 없는데 왜 겨울에는 미세먼지가 심한가
여름철과 겨울철의 가장 큰 차이는 대기의 용량 자체가 다르다. 여름철엔 지표면이 뜨거워서 열기가 올라가다 보니까 대기 순환도 잘되고 공기의 용량이 커진다. 오염물질이 똑같이 나오더라도 받아들이는 용량이 커져서 희석이 많이 된다. 하지만, 겨울에는 추워서 다 움츠러든다. 조금만 오염물질이 배출돼도 농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또,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기류도 다르다. 겨울에는 북서풍, 서풍 계열이 많아서 그쪽(중국 등)에 오염물질이 있으면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반면, 여름에는 남풍계열의 영향을 받는데 그쪽은 바다이다 보니까 오염물질이 있을 가능성이 작다.
산 정상같이 높은 곳에 올라가면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나
대기가 섞이는 높이를 대기 혼합구라고 한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아래를 보면 뿌연 띠가 보이는데 그게 혼합구라고 보면 된다. 그 안에서는 공기가 대부분 혼합이 되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비슷하다. 하지만, 그 위로 올라가면 혼합구 공기와 다른 공기여서 더 깨끗할 수는 있다. 혼합구의 높이는 계절에 따라 다른데, 겨울철에는 500~1000m 정도 된다.
미세먼지 측정소가 건물 옥상같이 높은 곳에 많이 있는데, 이 수치를 믿어도 되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초미세먼지는 혼합구 내에서는 잘 섞여서 높이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다. 측정소 데이터는 주변 지역의 대기환경 농도를 대표한다. 도로변에서 나오는 것에 대한 얘기도 있는데, 환경 농도는 주변 농도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도로에서 측정하는 것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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