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의 공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자유한국당에선 내년 총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조국 정국에서 수면 아래 잠복해있던 이슈가 불거진 것이다.
정치권에선 총선을 앞둔 황교안호가 맞닥뜨리게 될 과제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분열된 보수세력을 하나로 통합해 여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내는 것과 공천 혁신을 통한 한국당 내 인적 쇄신이다. 모두 적지 않은 진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난제로 꼽힌다. 어떤 해법을 내놓느냐에 따라 황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은 물론 향후 생존까지도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①보수 통합=보수 통합에 대한 분위기 자체는 어둡지 않다. 황교안 대표는 16일 대구에서 ‘민부론’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의원과)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하고, 만남이 필요하면 만날 수 있고, 회의가 필요하면 회의체도 할 수 있다. 자유 우파 세력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유 의원이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제안에 진지하게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화답이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간단치는 않다. 일단 한국당 내엔 유 의원과의 통합에 대해 여전히 냉랭한 시선이 있다. TK(대구·경북)의 한 초선 의원은 “보수 통합은 찬성이다. 다만 ‘유승민’이라는 이름이 부각되는 건 부담스럽다. 보수 통합을 앞세운 채 조용히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통합의 조건 중 하나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내건 데 대해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한국당 일각에선 이를 ‘탄핵 인정’ 요구로 해석하면서 거센 반발도 나왔다. 김진태 의원은 21일 “탄핵에 대한 책임에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다 끌어모아 ‘통합만 하자’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 측은 “탄핵은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겨졌다. 더는 이에 대해 내 탓 남 탓을 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부연했지만, 황 대표 측은 ‘탄핵’이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것도 꺼린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의도했든 안 했든 ‘탄핵’을 언급하는 순간 당내 반발이 튀어나오고 그러면 내홍으로 휩싸인다. 총선을 앞두고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②인적 쇄신=한국당 내에선 총선이 다가올수록 ‘물갈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영남·중진의 험지 출마론’으로 집약된다. 한 충청권 의원은 “영남 중진들이 비(非)강남 수도권이나 호남에서 싸워야 한다. 그런 희생조차 보이지 않으면 아무리 여당이 못해도 중도층을 이쪽으로 끌어올 수 없다”고 역설했다. 역대 총선에서 초선 비율이 높은 정당이 승리했다는 점도 명분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황 대표도 공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차 강조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기는 공천,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 등의 인위적 인적 쇄신에 대해선 온도 차가 있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관료 출신인 황 대표는 확실한 결과와 성과를 중시하는 스타일에 가깝다. 과거 보스 정치인들처럼 가능성이나 정무적 판단으로 누굴 꽂아주거나 잘라내는 방식은 황 대표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국 정국만 보더라도 영남·중진·법조 출신 의원들의 활약이 있었다. ‘인적 쇄신’이라는 프레임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황 대표는 8월 지역언론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나는 인적 청산이라는 말은 안 쓴다. 사람을 청산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사람도 필요한 사람을 쓰는 것이지, 잘라내는 건 `옛날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