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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물갈이' 두 난제에 대한 황교안의 생각은

중앙일보

입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조국 사태’의 공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자유한국당에선 내년 총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조국 정국에서 수면 아래 잠복해있던 이슈가 불거진 것이다.

정치권에선 총선을 앞둔 황교안호가 맞닥뜨리게 될 과제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분열된 보수세력을 하나로 통합해 여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내는 것과 공천 혁신을 통한 한국당 내 인적 쇄신이다. 모두 적지 않은 진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난제로 꼽힌다. 어떤 해법을 내놓느냐에 따라 황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은 물론 향후 생존까지도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①보수 통합=보수 통합에 대한 분위기 자체는 어둡지 않다. 황교안 대표는 16일 대구에서 ‘민부론’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의원과)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하고, 만남이 필요하면 만날 수 있고, 회의가 필요하면 회의체도 할 수 있다. 자유 우파 세력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유 의원이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제안에 진지하게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화답이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간단치는 않다. 일단 한국당 내엔 유 의원과의 통합에 대해 여전히 냉랭한 시선이 있다. TK(대구·경북)의 한 초선 의원은 “보수 통합은 찬성이다. 다만 ‘유승민’이라는 이름이 부각되는 건 부담스럽다. 보수 통합을 앞세운 채 조용히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유 의원이 통합의 조건 중 하나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내건 데 대해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한국당 일각에선 이를 ‘탄핵 인정’ 요구로 해석하면서 거센 반발도 나왔다. 김진태 의원은 21일 “탄핵에 대한 책임에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다 끌어모아 ‘통합만 하자’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 측은 “탄핵은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겨졌다. 더는 이에 대해 내 탓 남 탓을 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부연했지만, 황 대표 측은 ‘탄핵’이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것도 꺼린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의도했든 안 했든 ‘탄핵’을 언급하는 순간 당내 반발이 튀어나오고 그러면 내홍으로 휩싸인다. 총선을 앞두고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뉴스1]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뉴스1]

②인적 쇄신=한국당 내에선 총선이 다가올수록 ‘물갈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영남·중진의 험지 출마론’으로 집약된다. 한 충청권 의원은 “영남 중진들이 비(非)강남 수도권이나 호남에서 싸워야 한다. 그런 희생조차 보이지 않으면 아무리 여당이 못해도 중도층을 이쪽으로 끌어올 수 없다”고 역설했다. 역대 총선에서 초선 비율이 높은 정당이 승리했다는 점도 명분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8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대구·경북 합동집회'에 참석해 한국당 TK의원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8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대구·경북 합동집회'에 참석해 한국당 TK의원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황 대표도 공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차 강조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기는 공천,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 등의 인위적 인적 쇄신에 대해선 온도 차가 있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관료 출신인 황 대표는 확실한 결과와 성과를 중시하는 스타일에 가깝다. 과거 보스 정치인들처럼 가능성이나 정무적 판단으로 누굴 꽂아주거나 잘라내는 방식은 황 대표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국 정국만 보더라도 영남·중진·법조 출신 의원들의 활약이 있었다. ‘인적 쇄신’이라는 프레임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문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종료를 앞두고 소회를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청문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종료를 앞두고 소회를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황 대표는 8월 지역언론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나는 인적 청산이라는 말은 안 쓴다. 사람을 청산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사람도 필요한 사람을 쓰는 것이지, 잘라내는 건 `옛날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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