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의 강화 섬마을 살인사건 용의자, 한달 전에 이미 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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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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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도에서 일어난 80대 할머니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수사선상에 오른 90대 남성이 한 달 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강화경찰서는 강화군 한 주택에서 A씨(84)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수사 대상자가 된 B씨가 지난달 17일 숨졌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전 B씨 집 근처를 지나가던 이웃 주민이 B씨가 자신의 집 마당에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발생 일주일만이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B씨의 시신을 부검 의뢰했다. 국과수는 ‘B씨가 타살에 의해 사망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1차 구두 소견을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인이 불분명해 부검을 의뢰했고 정확한 것은 정밀 부검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동네 이웃 사이인 A씨와 B씨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마을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B씨를 용의 선상에 올려 수사를 해왔다. A씨와 B씨가 동네 주민들과 교류가 많지 않아 이들이 다툰 이유 등 구체적인 부분은 아직 조사 중이다. A씨와 B씨는 모두 혼자 자택에서 거주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경찰은 용의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A씨의 집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없었기 때문이다. 집 주변에 7가구에 10명이 거주하고 있었지만 사건 당일 A씨의 집으로 외부인이 들어가는 것을 본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집이 있는 마을 입구에 설치된 CCTV에도 용의자로 추정할만한 인물이 목격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양사면 전체로 범위를 넓혔다. A씨 집 반경 3km 범위 안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모두 분석하며 사건이 일어난 날 그 주변을 오고 간 사람과 차량이 있는지 조사해왔다. 경찰은 숨진 A씨 외에도 용의선상에 오른 수십 명을 상대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타살 가능성 보고 한 달 째 수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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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달 10일 인천시 강화군 양사면의 한 단독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오후 1시30분쯤 A씨가 자신의 집에서 숨져 있는 것을 동네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 아들의 후배인 이 주민은 경찰에 “A씨의 아들이 전날 저녁부터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더니 A씨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발견 당시 A씨는 거실에서 머리 뒤편에 외상을 입어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

A씨 아들에 따르면 강화도에서 혼자 단독주택에 살고 있던 A씨는 외출하는 일이 적었다. 작물 재배를 위해 집 근처 밭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는 경찰에 “지난달 9일 저녁에 어머니 댁에 전화를 걸었는데 어머니가 받지 않았고 다음 날 아침에도 응답이 없었다”며 “홀로 계신 어머니가 걱정돼서 근처에 사는 동네 후배에게 어머니 댁에 한 번 가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A씨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아서 유일한 연락 수단은 집 전화뿐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A씨의 시신을 부검 의뢰했다. 국과수는 지난달 11일 오후 ‘A씨가 외력에 의해 타격을 입었을 가능성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해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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