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왜 자동차만 매년 파업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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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은 "현대차는 파업이 끝나면 각종 성과급.보상금으로 파업기간에 받지 못한 임금을 대부분 보전해줬다"며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의 임금손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파업 강도를 더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실제 현대차는 노조가 파업을 하던 이달 14일 생산성 격려금 50%를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제의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임금보전 성격이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파업으로 인한 회사의 생산손실은 만회하지 못하지만 조합원의 임금손실은 반드시 보전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전직 노조간부 A씨는 "귀족노조라는 비판도 받지만 해외공장 증설로 언제 정리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일단 많이 받고 보자는 게 노조 간부들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조립라인이 서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최고경영진의 인식도 사측이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힘들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2002년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 때 찬성률이 높았던 공장의 책임자가 다음날 면직된 것이 한 예다. 여기에 10여 개 파벌이 대립하고 있는 노조 집행부의 구성도 '선명성 경쟁'을 낳으면서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달 14일부터 부분 파업에 들어간 GM대우차 역시 복직 근로자들이 새로 만든 노조 내 계파가 '해직기간 동안 임금보전'을 요구하며 현 노조를 압박한 결과로 사측은 보고 있다.

◆ 다른 업종은 노사 평화 분위기=외환위기 이전에는 파업이 자동차업계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5공화국의 '철권통치'가 끝나자 억눌렸던 욕구들이 분출됐다. 산업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80년대 후반부터 조선.석유화학.섬유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파업을 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는 자동차업계를 빼고는 파업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2004년 전남 여수 GS정유 파업, 코오롱 구미사업장의 파업이 손에 꼽힐 정도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파업 진통을 겪은 뒤 노조가 임금협상을 회사에 위임하는 등 노사평화 분위기가 정착되기도 했다.

◆ 르노삼성은 파업 무풍지대=해마다 되풀이되는 자동차업계 파업에도 2000년 르노에 인수된 르노삼성자동차는 무풍지대다. 이 회사는 노조 대신 노사협의회 성격의 사원대표위원회에서 임금협상 등 각종 현안을 풀어낸다. 업계 관계자는 "동종업계보다 임금인상률을 조금 더 높여주는 등 업계 최고수준의 복지를 유지하는 것이 노사 평화의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1970, 80년대 프랑스에서 격렬한 파업으로 큰 피해를 봤던 르노 경영진은 이 같은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복지와 노사 대화에 최우선을 두면서 파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진.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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