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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 샌더스 입원 유세중단…미국 대선 나이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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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샌더스 78세. [AP=연합뉴스]

샌더스 78세.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유력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동맥 폐색으로 입원하면서 민주당 안팎에서 고령 후보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이 반사이익은커녕 나이 논란으로 대선 가도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본지에 “트럼프 탄핵 정국 전까지는 미국 진보 진영에서도 ‘트럼프 재선은 확실하다’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바뀌었다”며 “문제는 민주당이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하는데, 후보들이 약해 지지자들이 걱정한다”고 전했다.

바이든 76세, 워런도 올해 70세 #“트럼프 탄핵정국 기회 못 살릴라” #민주당 지지자 때 아닌 나이 걱정

바이든 76세. [AFP=연합뉴스]

바이든 76세. [AFP=연합뉴스]

현재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군은 모두 70대다. 샌더스 의원 78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76세로, 당선되면 재임 중 80대에 접어든다. 다른 유력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역시 올해 70세다. 미국 매체들엔 70대를 격식을 갖춰 부르는 표현인 ‘septuagenarian’이란 단어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단골 헤드라인으로는 ‘대통령 되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대체 몇 살인 거야(How Old Is Too Old to be a President?)’ 또는 ‘대선에서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게 맞을까?’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2일자에서도 후자의 헤드라인이 또 등장했다.

워런 70세. [AFP=연합뉴스]

워런 70세. [AFP=연합뉴스]

샌더스 의원은 선거운동도 중단했다. 그는 2일 트위터에 “건강은 괜찮다(feeling good)”며 “누구나 갑자기 아플 수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NYT는 “건강 이상설이 제기될 때마다 샌더스 의원은 ‘내 선거 유세장에 나와봐라, 그런 걱정 없다’고 말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그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70대(septuagenarian) 트리오(바이든·샌더스·워런)를 보며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나이 문제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며 “이번 경선을 지배하는 질문은 ‘대통령 되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몇 살인가’가 됐다”고 전했다.

의사들은 뭐라고 할까. NYT는 노인학(gerontology) 전문가인 마크 락스 의학박사의 말을 빌려 “대통령직 수행이 몇 살부터 어렵다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락스 박사는 “70대인데 60대보다 정정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사람마다 경우가 다르고, 의학 기술도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즘 70세는 과거의 50세와 같다”고 주장하는 70대 뉴요커들의 목소리도 전했다. 그러나 미국 질병관리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따르면 미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79세다. 유력 후보 셋 모두가 70대라는 점을 두고 NYT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문제”라고 적었다.

민주당의 걱정은 경선 이후 트럼프 지지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고령을 빌미로 공격할 경우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 진영은 맞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건강 이상설을 담은 비디오를 퍼뜨렸다. NYT는 “(2020년) 대선에선 후보들의 건강이 본격적인 정쟁 이슈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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