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중 홍콩 경찰이 쏜 총알에···피 흘리며 쓰러진 18세 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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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홍콩 경찰이 시위 남성의 가슴에 총구를 겨누고 실제 발사하는 장면. [페이스북]

1일 홍콩 경찰이 시위 남성의 가슴에 총구를 겨누고 실제 발사하는 장면. [페이스북]

홍콩 시위를 벌이던 18세 학생이 경찰이 쏜 총알에 가슴을 맞아 부상당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지난 6월 15일 시위가 시작된 이래 경찰 총알에 시위대가 부상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총알을 발사해 시위대가 부상한 것"이라고 전했다.

시위학생 다가가자, 경찰, 가슴 향해 총구 겨눠 #"부상자는 고등학교 2학년생" #현지 언론 "경찰, 총알 발사 사실 인정"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1일 오후 4시 15분(현지시각, 한국시각 오후 5시15분) 홍콩 북부 췬완 지역에서 시위대 한 명이 경찰의 총알에 맞아 쓰러졌다.

이 남성이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길바닥에 쓰러진 영상이 홍콩 성시대학교 페이스북에 올라왔고 이는 순식간에 시위대의 SNS를 통해 확산됐다.

영상에 따르면 그는 바닥에 누운 채 “나를 병원에 보내달라. 가슴이 아프다. 병원으로 가야 한다. 내 이름은 창즈킨(Tsang Tsz Kin)이다”라고 말한다. 옆에 있던 기자가 “상태가 좋지 않다. 가슴에서 피가 나고 있다”고 다급하게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부상당한 시위대원이 병원에 데려달라고 요청하는 장면. [페이스북]

부상당한 시위대원이 병원에 데려달라고 요청하는 장면. [페이스북]

홍콩 입장 신문은 이 남성은 홍콩 췬안 공립 호췬위 중학교 5학년(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18세 학생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학생이 경찰에 총알을 맞는 장면도 공개됐다. 시위대가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창즈킨이 무장 경찰을 향해 달려와 몽둥이를 휘두르려는 순간 이를 본 경찰이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눴고 불빛이 반짝이며 총알이 발사됐다. 창즈킨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다 결국 쓰러졌다.

부상당한 시위대가 후송되는 장면. [페이스북]

부상당한 시위대가 후송되는 장면. [페이스북]

현지 SNS에 올라오고 있는 사진에 따르면 부상당한 학생의 왼쪽 가슴 부위에서 출혈이 확인된다. 그는 응급차에 실려 인근 마가렛 프린세스 병원을 거쳐 퀸엘리자베스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가슴에 박힌 총알을 빼내는 수술을 받고 있는 중이다.

명보에 따르면 그는 왼쪽 폐에 총을 맞았고 총알은 심장 왼쪽 3cm 지점에 박혀있으며 늑골에 금이 간 상태라고 한다.

SCMP는 경찰이 총알을 발사한 이후 현장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취재 기자들에 철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대 경축일인 국경절인 이날 홍콩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홍콩 사태가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12일 구조대원으로 자원봉사하던 20대 여성이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쏜 빈백탄(콩 모양으로 생긴 고무탄)에 맞아 한쪽 눈을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홍콩 시민 170만 명이 거리로 나와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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