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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파 두목 '깍두기 추억' 아내 장례식장 '검은 양복'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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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강환씨 모습. [연합뉴스]

2010년 이강환씨 모습. [연합뉴스]

부산에서 부산 최대의 폭력 조직인 ‘칠성파’ 두목의 아내 장례식이 치러졌지만, 일반인 장례식처럼 세력 과시 없이 조용히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방 경찰청 폭력팀과 인근 2개 경찰서 강력팀을 배치해 시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폭력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한 경찰의 예상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칠성파 원조두목 이강환 부인상 #검은 양복 도열한 모습 전혀 없어 #“세력과시와 위화감 조성은 옛말 ”

1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남구 한 병원에서 칠성파 두목 이강환(76)씨 아내 빈소가 지난 29일 마련됐다. 이 씨 아내는 이 병원에서 오랜 기간 입원해 암 치료를 받다 숨졌다. 1일 화장을 거쳐 부산의 한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빈소가 차려지자 일부 연예인과 건축·건설업체 등에서 보낸 30여개 화환이 놓였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이 술집 등에서‘ 삥’ 뜯던 옛날과 달리 인터넷 도박·건축업 등 사업형으로 바뀌면서 업체 화환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례식은 의외로 조용히 치러졌다.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조직원(일명 깍두기)들이 도열해 문상객을 받던 예전모습은 없었다. 위화감을 줄 만한 일 없이 일반인 장례식과 다를 바 없이 진행됐다. 빈소가 많이 붐비거나 장례식장 바깥에 남성들이 뭉쳐 있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문상객은 40대 이상 장년과 노년이 많았다고 한다. 이씨와 안면 있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문상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부산 20개 폭력조직에서 10명 이내에서 원로급을 문상객으로 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예전의 경험에 비춰 오일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장례식은 삼일장으로 마무리됐다.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르려고 했으면 외진 남구의 해당 병원이 아닌 부산 시내에서 오가기 쉬운 큰 장례식에서 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2007년 이씨 아들 결혼식 때 500명의 폭력 조직원이 참석해 문전성시를 이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던 셈이다. 경찰은 이씨가 일반인처럼 언론 관심을 받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성 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여전히 경찰의 관리대상인 칠성파 두목이다. 조직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위계 체계로 볼 때 ‘상징적 두목’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이 파악한 칠성파 조직원은 98명이다. 이는 추종세력(관심 대상)을 제외한 숫자다. 부산 시내 20개 파 조직원 408명이 경찰 관리대상인 점을 고려하면 칠성파가 가장 규모가 큰 폭력조직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소규모 조직은 두목이 바뀌기도 하지만 옛 조직은 두목을 바꾸지 않고 상징적으로 모신다”고 전했다.

경찰은 최근 조폭들이 경조사에서 세를 과시하거나 일반인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2015년 11월 서울 송파구 한 특급호텔 예식장에서 열린 칠성파 행동대장 권모(56) 씨 결혼식도 경찰 관리대상에 포함된 폭력조직원 30명만이 참석하는 등 비교적 단출하게 진행된 적 있다. 당시 결혼식은 다양한 조직에서 소수로 초청하고, 유명 연예인에게 사회와 축가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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