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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도 찍힌 아동포르노 1200만건 확산…실리콘밸리가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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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아동 포르노 유통 실태 보도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동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상에 범람하고 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상관 없음) [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동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상에 범람하고 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상관 없음) [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어린이집 직원 브라이언 데이비스는 2016년 아동 성학대 혐의로 재판장에 섰다. 자신이 보살피던 10여명의 어린이를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다. 피해를 본 아이는 생후 3개월에서 8살까지 다양했다.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데이비스는 자신이 학대한 아이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었다. 그리고 이를 아동포르노 공유사이트 ‘러브 존(Love Zone)’에 올렸다. 그가 올린 사진만 400장이 넘는다.
데이비스는 재판에서 “성학대 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찍는 것에 흥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피해 아동과 가족들은 “지금도 데이비스가 촬영한 사진들로 인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며 법정에서 고통을 호소했고, 데이비스는 30년 형을 선고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30일 아이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아동포르노 콘텐트가 온라인상에 범람하는 실태를 보도했다.[사진 NYT 홈페이지 캡처]

뉴욕타임스는 30일 아이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아동포르노 콘텐트가 온라인상에 범람하는 실태를 보도했다.[사진 NYT 홈페이지 캡처]

아이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아동 성학대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다. 피해 아이들은 성학대를 당한 뒤에도 2차 피해로 또 다시 고통받고 있다. 자신이 학대받는 모습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온라인상에서 끊임없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 탐사보도를 통해 “3~4세 아이를 성폭행하거나 고문하는 끔찍한 성학대 사진과 동영상이 온라인상에 범람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학대 동영상·사진은 보고된 것만 약 4500만 건이었다. 20년 전인 1998년의 3000건과 비교하면 1만 5000배, 2008년 10만 건에 비해서도 450배나 폭증했다. NYT는 “20년 전에도 아동 성학대 동영상·사진의 온라인 유통이 문제였는데, 10년 전부터 전염병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어른의 뒤틀린 욕망이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보고된 것만 4500만 건

아동 성범죄.[중앙포토]

아동 성범죄.[중앙포토]

미국에선 ‘아동포르노그래피 방지법’으로 아동·청소년의 성적 대상화·성 상품화·성 착취를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아동포르노’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노골적인 성 행위를 담은 사진·필름·영상·그림·컴퓨터그래픽 등 모든 시각적인 묘사물이다. 이것을 광고·홍보·전시·설명·배포한 매체도 적발 대상이다. 위반 시 최소 15년 이상 30년 이하 구금형, 중대범죄로 기소될 경우 벌금형과 25년 이상 50년 이하 구금형에 처한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 공유되는 아동포르노의 수위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NYT가 전한 사례 중엔 11세의 친딸을 성폭행한 아버지가 이 모습을 찍은 경우도 있었다. NYT는 “시간이 흐를수록 보다 자극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물을 찾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SNS 발달로 확산 강화

아동성학대 게시물의 확산은 페이스북 등 SNS와 스마트폰,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발달하며 더욱 강화되고 있다.[연합뉴스·중앙포토]

아동성학대 게시물의 확산은 페이스북 등 SNS와 스마트폰,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발달하며 더욱 강화되고 있다.[연합뉴스·중앙포토]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아동 포르노 영상의 확산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동 성범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학대 모습을 손쉽게 촬영한 뒤 곧바로 SNS나 클라우드 서비스에 올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페이스북이다.
NYT는 지난해 1200만건의 아동 성학대물이 페이스북 메신저로 유통됐다고 보도했다. 약 5억명의 회원을 가진 SNS 텀블러도 아동포르노 유통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화 기록이 곧바로 사라지는 앱 스냅챗, 클라우드 서비스 드롭박스 등도 아동 성범죄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NYT는 “아동 성범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성학대 영상을 올릴 뿐만 아니라 성학대 영상 촬영법까지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별도의 암호화된 사이트를 만들어 공유하거나 VPN(가상 사설망)을 이용해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NYT는 “전세계에서 아동 성학대가 일어나고 있지만 이를 확산시키는 것은 실리콘 밸리의 IT 벤처기업들”이라며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나 페이스북, 텀블러 등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아동 성학대 범죄자들의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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