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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에 찍히면 총선 때…" 靑·검찰 충돌, 여당은 얼어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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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문제를 풀자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 26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 뒤에 이어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후 한 수도권 지역구의 의원이 “검찰의 수사 정보 유출에 대한 성토가 전부였다”며 한 말이다. 이날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22일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장 팀장인 검사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되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순천만 발언(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전달했는데 듣지 않았다)’이 수사 외압 논란으로 이어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과 야당의 내통’ 의혹 제기로 맞서고 있다. 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기 바란다”고 나서면서 여권과 검찰 사이의 대립각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성남 서울공항에 나가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성남 서울공항에 나가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연합뉴스]

 총선을 앞둔 민주당 의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지속적인 20대와 중도층 이탈 현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의원총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조 장관의 거취를 논하는 목소리는 쑥 들어갔다. 지난 24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금태섭 의원의 의총 발언이 마지막이었다. 다른 수도권 지역구의 의원은 “조 장관 부인 정경심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발부되면 청와대든 당이든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지만 누가 총대를 메고 나서기가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결집하고 있는 고정 지지층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다는 의미다.

지지율 추락을 걱정하는 의원들에게 검찰과의 극한 대립을 이끄는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 누가 직언을 할 것이냐는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이냐'는 문제가 되어 버렸다.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 눈치도 봐야하지만 금태섭·박용진 의원처럼 당원이나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에게 찍히는 것도 큰 부담"이라며 “한 번 찍히면 당원들의 평가와 여론 조사가 반영되는 총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의에 출석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의에 출석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의원들의 입이 얼어붙을수록 이낙연 국무총리 등 국회 밖 인사들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이 총리는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는 법적 권한(헌법 87조 3항)을 지닌 유일한 인사다. 지난 26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조 장관 해임을 건의할 용의가 있느냐”는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어떤 쪽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저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의 같은 질문에는 “진실이 가려지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말이다.

그러나 이 총리가 적극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 총리는 조 장관 임명 전 임명 시 생기는 정치적 부담 등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이미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안다”며 “다시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총리는 28일 대정부질문에선 전날보단 검찰 수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당·청과 유사한 기조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양정철 민주정책연구원장 등도 문 대통령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장외 인사로 꼽힌다. 이 중 양 원장은 조 장관 임명 강행을 강하게 주장했던 인사로 알려져 있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조 장관 임명은 이미 임 전 실장과 김 지사의 의견까지 경청한 이후에 내린 문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결국 조 장관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비롯해 조국 사태를 수습하는 것도 문 대통령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장혁·하준호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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