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도산 위기’ 일본 JDI에 투자 두 배로 증액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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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일본의 재팬디스플레이(JDI)에 당초 계획의 두 배 수준인 2억 달러(약 2400억원)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JDI는 2012년 일본 정부 주도로 히타치·도시바·소니의 디스플레이 부문을 통합해 출범했으나 최근 세계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의 공급이 넘쳐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의 회사 로고 [연합뉴스]

재팬디스플레이의 회사 로고 [연합뉴스]

미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JDI에 대한 구제금융 계획이 수정되면서 애플이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두 배 많은 2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JDI는 신형 아이폰11에 들어가는 LCD를 공급하고 있다. 애플워치에 쓰이는 자발광 소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도 납품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JDI의 매출 약 60%가 애플에서 나온다.

도산 위기 빠진 일본 JDI, 애플 지원 '실탄' 늘릴 가능성 

하지만 JDII는 애플의 기대와 달리 아이폰 11시리즈 가운데 고사양 제품인 아이폰11 프로, 아이폰11 프로맥스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는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의 수율(생산량 대비 결함 없는 제품 비율)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몇 년 동안 JDI가 OLED 패널을 대량 생산하길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11에 들어가는 OLED를 삼성과 LG 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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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당초 계획했던 JDI에 대한 투자금은 1억 달러 정도였다. 애플이 이를 2억 달러로 늘리려는 것은 JDI가 회생해야 OLED의 납품 업체를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JDI가 도산할 경우 삼성이나 LG 디스플레이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에 앞서 중국의 하베스트 펀드는 총 7억4200만 달러(약 8917억원) 규모의 JDI 구제금융 중 절반 이상을 출자하려던 계획을 최근 돌연 취소했다.

7년 전에는 LG디스플레이 도와줬던 애플 

애플은 7년 전인 2012년에는 LG디스플레이를 지원하기도 했다. 당시 유동성 위기에 빠진 LG디스플레이의 요청을 받아 5년간 LCD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선수금 10억 달러를 입금했다. 당시 LG디스플레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신임 CEO로 선임된 정호영 사장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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