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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고발자는 CIA 직원···백악관이 통화록 은폐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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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뉴욕 유엔총회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그는 이날 하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조지프 맥과이어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은폐 의혹을 추궁한 "애덤 쉬프(위원장)가 이야기를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뉴욕 유엔총회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그는 이날 하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조지프 맥과이어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은폐 의혹을 추궁한 "애덤 쉬프(위원장)가 이야기를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26일(현지시간) 탄핵 위기에 빠뜨린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내부 고발자는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확인됐다고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CIA 요원은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조사를 요청하는 문제의 통화 녹취록을 비밀 보안 시스템으로 옮겨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고위 관리들도 통화 내용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을 알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뜻이다.

NYT "백악관 근무 우크라이나 정보 분석관" 공개 #고발장 "백악관 법률고문, 컴퓨터 녹취록 삭제, #별도 국가안보 비밀 정보 전산망으로 이동 지시" #국가정보국장 "신원 몰라, 보복 없도록 보호 중" #트럼프 "옛날 같으면 간첩이나 반역죄로 처벌"

뉴욕 타임스는 이날 "내부 고발자는 한때 백악관에서 근무한 적 있는 CIA 요원"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전문성을 가진 정보 분석관으로 과거 백악관에 파견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내부 고발자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내부 고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 댄 배케트 발행인의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정치적 날림' 고발이라며 신뢰성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제한적 신원공개로 이번 고발이 백악관에 대한 이해와 정통한 지식에 근거한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내부 고발 관련 조사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 근무 경험이 있는 CIA 요원"이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 고발자를 대변하는 마이크 자이드 변호사는 "고발자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는 것은 의뢰인이든 잘못된 사람이든 그의 직업적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개인 안전에서도 더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공개된 8월 12일 자 고발장은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 및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의 8월 2일 젤렌스키 보좌관과 접촉 뿐 아니라 백악관이 통화 관련 기록의 접근을 제한하는 등 은폐를 시도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안보용으로 한정된 별도 정보 저장시스템에 대통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무언가를 숨겼다면 그것이야말로 은폐"라며 "주요 의혹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 정보위원회가 26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8월 12일 자 CIA 직원의 내부 고발장. "최근 4개월 동안 다수 관리로부터 대통령이 권한을 이용해 외국 정부에 국내 정치적 경쟁자를 수사하라고 압박하는 등 2020년 대선 개입을 요청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AP=연합뉴스]

하원 정보위원회가 26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8월 12일 자 CIA 직원의 내부 고발장. "최근 4개월 동안 다수 관리로부터 대통령이 권한을 이용해 외국 정부에 국내 정치적 경쟁자를 수사하라고 압박하는 등 2020년 대선 개입을 요청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AP=연합뉴스]

상·하원 정보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9쪽 분량의 고발장은 "지난 4개월 동안 다수 미 정부 관리로부터 미국 대통령이 공직 권한을 이용해 2020년 미국 대선에 외국의 개입을 요청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여기엔 주요 국내 정치적 경쟁자 중 한 명을 수사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것을 포함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는 이런 활동의 중심인물이며,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도 개입됐다"고도 밝혔다. 통화 녹취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줄리아니와 바 법무장관과 함께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조사를 해달라"고 수차례 밝힌 것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이 26일 기자회견에서 이날 공개된 고발장과 관련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안보 비밀 전산망에 무언가 숨겼다면 그것은 은폐 행위"라며 "탄핵 조사 주요 의혹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이 26일 기자회견에서 이날 공개된 고발장과 관련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안보 비밀 전산망에 무언가 숨겼다면 그것은 은폐 행위"라며 "탄핵 조사 주요 의혹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고발장은 이어 7월 25일 통화 며칠 뒤에 백악관 고위 관리가 상황실이 작성한 녹취록을 포함해 해당 통화와 관련된 모든 기록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도록 개입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법률고문은 통상적으로 업무 조율이나 장관급 관리 배포를 위한 기존 컴퓨터망에서 전자 녹취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했고, 대신 녹취록을 별도 암호화된 비밀 전자 정보 시스템으로 옮기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백악관 관리는 "통화 녹취록에 국가안보상 조금도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조치는 해당 시스템을 남용한 것이라고 했다"라고도 소개했다.

조지프 맥과이어 국가정보국장 대행은 이날 하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나도 내부 고발자의 신원은 모른다"며 "이제 고발장이 제출됐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변호사에 비밀 취급인가를 해주며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은 고발자가 미 정보공동체(IC) 통합 감찰관에 관련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감찰관이 적절히 고발자의 신원을 보호하고 어떤 보복이나 불리한 조치를 당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덤 쉬프 정보위원장이 백악관 녹취록 삭제 등 은폐에 관해 묻자 "백악관이나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누가 어떤 일에 개입했는지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며 "백악관의 은폐에 대한 조사는 내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마이클 앳킨슨 감찰관이 지난달 26일 백악관 법률 고문에게 통화 당일 수기로 작성한 녹취록을 포함한 관련 자료를 모두 보존하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양원 정보위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50여일 만에 제출한 데 대해선 "백악관 법률고문과 협의한 결과 고발장의 대부분 정보가 대통령의 통화를 포함한 행정특권 사항이어서 면제할 권한이 내게 없었다"며 "전날 대통령이 통화록을 공개했기 때문에 제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애덤 쉬프가 이야기를 조작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선거에 질 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쉬프는 바이든과 아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수백만 달러를 챙겨 가고, 이어 중국에서 수백만 달러를 챙긴 것은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내부 고발자에게 정보를 준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며 "옛날엔 간첩과 반역자를 깔끔하게 어떻게 처리했는지 잘 알지 않느냐"고 위협적 발언을 했다.

또 다른 중심 인물인 줄리아니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두 정상의 통화는 매우 정상적이었다"며 "거기엔 뇌물도 없었고 압력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처럼 "부패한 언론이 사건을 완전히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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