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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병원 좌초 석 달 만에, 제주 헬스케어타운 다시 ‘파란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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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제주도에서 의료·휴양사업을 추진하다 중단된 제주헬스케어타운. 최충일 기자

제주도에서 의료·휴양사업을 추진하다 중단된 제주헬스케어타운. 최충일 기자

지난 17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예래동 해안가 일대. 140여 개의 주택형 건물이 완공되거나 짓고 있는 상태로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공사가 진행 중임을 알리는 펜스가 처진 건설현장 곳곳에는 ‘출입금지’라고 적힌 팻말도 붙어있었다. 2~3층 상가주택 형태의 건물들 사이사이에선 여기저기 녹이 슬고 거미줄이 처져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4년 전 사업이 진행되다 중단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현장 모습이었다.

녹지그룹 밀린 공사비 1218억 상환 #호텔·리조트 2단계 사업 재개할 듯 #4년째 멈춰 선 예래동 휴양단지 #소송 이어져…애물단지 전락하나

같은 날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 헬스케어타운 부지. 병원 건물 내 정문과 후문 등이 모두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일부 출입구는 모래주머니와 의자 등으로 막아 외부인의 출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병원 건물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던 ‘헬스케어타운’ 내 리조트들도 공사 장비가 모두 멈춰서 있었다. 이곳은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녹지(綠地)그룹이 투자해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공공의료체계 붕괴를 걱정한 시민단체 반발 속에 제주도와 사업자 간 이견까지 불거지면서 지난 7월 사실상 개원을 포기했다.

예래휴양형 주거단지의 공사현장 모습. 최충일 기자

예래휴양형 주거단지의 공사현장 모습. 최충일 기자

제주도에 조성 중인 대규모 의료·휴양시설 사업이 속속 중단된 가운데 사업지별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중국 녹지그룹이 진행 중인 헬스케어타운은 재착공될 가능성이 열린 반면 예래주거단지 사업은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24일 “녹지그룹이 지난달 30일 헬스케어타운 내 3개 시공사에 밀린 공사비 1218억원을 전액 상환했다”고 밝혔다.  녹지병원 무산 이후 주춤하던 녹지그룹이 헬스케어타운의 마무리 공사를 사실상 재개한 것이다. 현재 시공사 측은 공사 재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케어타운은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대 153만9339㎡에 병원과 의료연구개발센터, 상가, 호텔 등을 짓는 게 골자다. 콘도미니엄(400세대)과 힐링타운(228실) 등 숙박시설과 녹지국제병원 등을 짓는 1단계 사업은 마무리됐지만, 2단계 사업은 지난해 12월 전면 중단됐다. 힐링스파이럴호텔(313실)과 텔라소리조트(220실), 휄니스몰(9동) 등을 짓던 중 공사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아서다.

반면 예래휴양형 주거단지는 사업재개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총 사업비 2조5000억원 규모의 휴양형 주거단지는 말레이시아 화교기업인 버자야(Berjaya)그룹이 조성하다 사업이 멈췄다. 2013년 첫 삽을 뜬 예래단지는 2015년 3월 대법원의 사업 무효 판결로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공정률은 65%다.

앞서 버자야그룹 측은 지난 7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에 착수했다. 사업자측은 “JDC와 대한민국 법원이 ‘한-말레이시아 투자의 증진 및 보호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해 4조4000여 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양측이 90일 내 합의하지 못하면 정식 소송 절차를 밟게 된다. 2015년 버자야측은 JDC를 상대로 3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이곳은 주민과의 토지반환 소송까지 이어져 사업 정상화에 걸림돌이 많은 상태다. 문대림 JDC 이사장은 “예래 주거단지의 경우 일부 소송이 일단락되면 토지주 및 지역주민, 제주도 등과 소통을 통해 도민들과 개발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사업방식을 찾겠다”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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