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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들 "어쩌나" 침통…세번째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된 김포 농장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 23일 오후 8시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판정을 받은 경기도 김포시 농장은 출입이 통제됐다. 심석용 기자

지난 23일 오후 8시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판정을 받은 경기도 김포시 농장은 출입이 통제됐다. 심석용 기자

24일 오전 8시쯤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 농장 앞. 농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통제 초소' 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농장 출입구 쪽으로 들어서자 바리케이드가 길을 막았다. 바리케이드에는 '아프리카 의사환축 발생 농장으로 사람·차량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바리케이드 주변에는 방역복을 입은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내려진 23일 오후부터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라며 “방역본부 지침이 추가로 나오면 경찰이 지원할 부분이 있는지 파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농장은 돼지 18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농장 소유주가 전날 오전 6시40분쯤 돼지 4마리의 유산 증상을 파악하고 당국에 의심 신고를 했다. 발열·유산은 ASF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조사결과 유산한 돼지 4마리 외에 출산이 임박한 돼지 1마리도 폐사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농림축산부는 이 농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정밀검사에 나섰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정밀검사 결과 이날 오후 8시쯤 이 농장에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발생 농장서 사육되는 돼지 살처분 

김포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들을 살처분하기 위해 전문용역을 투입했다. 심석용 기자

김포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들을 살처분하기 위해 전문용역을 투입했다. 심석용 기자

농장 출입구 앞에는 40여명의 방역복을 입은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 마스크와 장갑을 갖추고 방역 당국의 지시에 따라 농장 안으로 들어갔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돼지 살처분을 진행하기 위한 전문 용역”이라고 설명했다. 김포시는 확진 판정이 내려진 후 ASF 발생 농장 1곳과 반경 3km 이내의 농가 4곳을 포함해 5개 농장 약 3380마리에 대해 살처분에 들어갔다. 시는 “이를 위해 총 120명의 전문 용역 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발생 농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참여했다고 한다. 살처분 용역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살처분 용역에 참여하고 있다”라며 “무슬림들은 돌려보내고 나머지 인원들과 함께 살처분을하고있다”라고 말했다. 살처분은 해당 농장 내 돼지들을 한 곳에 몰아서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해 안락사시킨 뒤 땅에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민들 안타까운 마음 드러내 

 지난 23일 오후 8시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판정을 받은 경기도 김포시 농장은 출입이 통제됐다. 심석용 기자

지난 23일 오후 8시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판정을 받은 경기도 김포시 농장은 출입이 통제됐다. 심석용 기자

이 농장은 지난해 구제역 예찰 지역으로 판정됐다. 농장 소유주 A씨에 따르면 당시 돼지 2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고 한다. 이날 검은색 방역복을 입은 A씨는“예방 살처분으로 지난해 3월 돼지들을 땅에 묻었다”면서 “솔직히 괜찮지 않다”라면서 침통한 기색을 드러냈다. 농장 근처에 거주하는 윤성진(67)씨는 “이런 일이 생기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 동네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농장 주인 A씨의 먼 친척이라는 이유재(66)씨는“여기는 멧돼지 출몰지역이 아니다”라며“왜 여기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인지 모르겠다" 라고 말했다.

현재 김포시는 20곳의 농가에서 총 3만6471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김포시는 지난 17일 파주시의 ASF 확진 발표 직후 재난 안전대책본부를 긴급 설치했다. 전체 돼지농장에 통제초소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김포 관내 모든 돼지 축사 주변에 추가 생석회 도포, 방역소독, 이동제한조치를 하는 등 대응을 강화했다.

ASF의 유입 경로는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김포시 농장은 야생 멧돼지 차단을 위한 울타리를 설치했고 남은 음식물을 직접 돼지에게 먹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농장에는 태국인 노동자 두 명이 있지만, 태국은 ASF 발생국이 아니다. 일반적인 발병 원인과 거리가 먼 것이다. 방역 당국은 김포에서 확인한 ASF 바이러스가 파주·연천농장에서 유입했는지, 새로운 감염원과 접촉한 것인지에 대해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낼 예정이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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