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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우리 회사로 옮기시죠”…이직 권하는 온라인 플랫폼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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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역채용 시장
한 채용 포털 사이트의 조사 결과, 10명 중 9명이 사표를 내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이런 직장인의 마음을 귀신 같이 알아차리고 이직을 먼저 제안하는 역채용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입보다 경력자를 우대하는 채용 형태도 이직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평생 직장 인식이 사라지면서 이직 시장에선 라이프워크·잡호핑·워라밸 등 개인의 적성과 취향,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가치관의 변화가 구직의 중요한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보다 직종 중시 세태 반영 #잠재력 큰 인재 기다리는 대신 #직접 찾아 나서는 기업 증가세

외국계 회사에서 기술영업직에 종사하는 이승주(29)씨는 직장인 3년 차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첫 정규직 직장이지만 벌써부터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글로벌 채용 포털 ‘링크트인’에 가입한 뒤 이직을 위한 정보를 탐색하고 있다. 그는 “4~5년 차에는 슬슬 이직 준비를 하려고 동종 업계 또래 직장인과 관련 업종 회사들의 동향을 공유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씨처럼 ‘평생 직장은 없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잠재적인 구직자를 겨냥한 플랫폼들이 부각되고 있다. 인재를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 나서 적극적으로 채용 제안을 하는 회사가 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처럼 우수 인재 발굴을 전문으로 하는 TR(Talent Relationship) 혹은 TA(Talent Acquisition) 부서를 신설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명함 관리 앱 리멤버의 백현지 매니저는 “리멤버 커리어를 비롯해 최근 인사담당자가 직접 채용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많이 시도하고 있다”고 맥을 짚었다. 기업에서 채용을 제안하는 ‘역채용’의 대표적인 플랫폼은 원티드다. 채용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는 이념으로 2015년 론칭한 원티드는 8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남송현 원티드 사업총괄은 “국내 현 채용 시장은 경직된 측면이 많은데 이직이 무거운 게 아니라 일상적이고 캐주얼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고 싶다”며 “구직자뿐 아니라 기업이 먼저 면접을 제안하는 색다른 채용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잡호핑·라이프워크 추세도 한몫

리멤버가 직장인 2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중 ‘현재 이직 의사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72%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력 관리, 급여 인상 등을 위해 계획적으로 직장을 옮기는 것을 ‘잡호핑’이라고 한다. 특히 라이프워크(자신에게 잘 맞고 정말 하고 싶은 일)를 중시하는 요즘 시대에 잡호핑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직장인 연차별 평균 이직 횟수’에서 그 변화상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연차별 평균 이직 횟수가 2회였지만 2019년에는 2.6회로 증가했다. 5년 차의 경우 1.5회에서 2.7회로, 10년 차는 2.9회에서 4회로 평균 이직 횟수가 늘어났다.

경력자를 우대하는 기업의 채용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잡코리아 채용 공고 중 직무 분야의 ‘경력/경험’을 우대하는 공고는 39.7%에서 올해 1분기 41.9%로 상승했다. 워라밸과 함께 라이프워크의 개념도 부각되고 있다. 남 사업총괄은 “자신들이 몸 담고 있는 업을 중요하게 생각해 직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직자들이 직군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라며 즐겁고 의미 있게 일하는 라이프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직 종사자 통한 정보 수집 효과적

채용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구직자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도 무수히 늘어났다. 구직자에겐 긍정적인 요소다. 고급 정보를 쥐고 인재를 연결해 줬던 헤드헌터들의 입지가 좁아진 건 부인할 수 없다. 헤드헌터도 채용 플랫폼 안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민정혜 링고잡스 대표는 “플랫폼은 지원은 쉽지만 사이트마다 정보와 과정이 비슷비슷하다”며 “그에 반해 헤드헌트를 통하면 일대일 피드백이 가능하고 구직 진행 과정도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고 헤드헌터의 장점을 소개했다.

‘프로 이직러’도 플랫폼의 활성화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김동수(39)씨는 2003년 입사 후 7번 이직했고, 현재 유수 조선해운업계 영업기획 차장 직책을 달고 있다. 김씨는 “우선 면접까지 올라갈 수 있는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사의 채용 기본 조건 사항을 충족한 뒤 당락이 좌우되는 면접에 대비해야 한다. 그는 “면접까지 올라간 상황이면 충분히 역전 가능하다. 사회 초년생인 경우 수박 겉핥기 식으로 회사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소한 자신이 지원한 기업을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 이직러와 헤드헌트는 ‘지인 효과’라는 전통적 채용 방식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 회사를 경험했거나 몸담고 있는 현직 종사자를 통한 회사 정보가 가장 유용하다는 뜻이다.

플랫폼에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정보를 취사선택한 뒤 준비만 잘한다면 누구든 ‘프로 이직러’가 될 수 있는 시대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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