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블랙홀 빠진 민주당 “30년 공들인 PK 무너질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당 지도부가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정책 페스티벌’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당 지도부가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정책 페스티벌’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노무현 전 대통령 부산 첫 출마(1988년) 때부터 30년 노력이 무너질 위기다.”

“노무현 부산 출마 공든탑 흔들” #“수도권 의석 줄어드는 소리 들려” #의원들 걱정에도 지도부 딴소리 #“대학생 1%만 촛불 참석” 외면

부산·경남(PK) 지역구의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조국 사태’로 인한 위기감을 중앙일보에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경남 양산·김해도 어렵다고 한다”고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극복’을 내건 이후 민주당은 30년 만에 PK에 9석(부산 6, 경남 3)을 확보했고, 지난해엔 부산·울산·경남 세 곳의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다. 그런데 ‘조국 사태’로 모든 게 물거품이 돼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걱정이 고개를 들고 있다. PK 의원들만이 아니다. 수도권의 한 의원도 22일 “의석수 줄어드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충청 지역구의 한 의원도 “뭔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와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 추세를 보이자 민주당 내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지난 20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문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한 답변은 일주일 전보다 3%포인트 내려간 40%,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2%포인트 빠진 38%를 기록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직후 임명 ‘반대’와 ‘찬성’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는 조사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적절하다’는 여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 장관 임명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민생 국회’(16일 이인영 원내대표), ‘정권 재창출’(지난 18일 이해찬 대표) 등으로 총선 분위기 잡기에 나섰지만 ‘조국 블랙홀’에서 빠져나오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은 “(조 장관의) 자청 기자간담회 효과 등으로 잠시 반등했지만, 지역별로 수도권·충청·PK, 세대별로 20대의 정부·여당 지지율은 조국 이슈 발생 초기부터 지속적 하향세”라며 “검찰 수사로 조 장관의 해명이 거짓임이 부각된다면 지지층 이탈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수사 착수 직후부터 ‘검찰의 정치’를 비판해 왔지만 수사로 인한 의혹 규명이 여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법조계 등에선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조 장관 본인에 대한 기소도 유력하다는 전망이 계속 나온다.

그러나 일부의 위기의식은 민주당 내에선 아직 ‘소리 없는 아우성’에 그친다. 오히려 공개되는 건 ‘정신 승리’에 가까운 주장들이다. 설훈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한 인터뷰에서 대학생들의 ‘조국 퇴진’ 촛불집회를 두고 “(대학교 정원) 2만 명 중에 1%만 나오고 참석한 대부분은 50~60대라고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도 “지지율은 오락가락한다. 상황이 정돈되면 새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주류는 검찰 수사 전망도 믿고 싶지 않은 눈치다. 한 핵심 관계자는 조 장관이 기소될 가능성에 대해 “검찰이 그런 상황을 만들 능력이 없는 것 같다”고,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그런 전망 자체가 검찰 언론플레이의 결과”라고 반응했다.

이런 기류에 대해 비문 그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미 정씨가 기소된 상태에서 ‘임명 강행’을 청와대에 요구한 지도부가 이제 와서 다른 의견을 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라며 “어디서 유턴할지 판단할 시기마저 놓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장혁·김경희·성지원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