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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니 "미국이 중동 분열 악용" 맹비난…호르무즈 평화구상 제시 방침

중앙일보

입력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EPA=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EPA=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2일 세계 주요 원유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일대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관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미국을 맹비난했다. 또 유엔 총회에 참석해 호르무즈해협 평화구상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PRESSTV 등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이라크전 39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유엔에서 ‘희망의 연합체’라는 슬로건과 함께 ‘호르무즈 평화구상’을 세계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의 ‘희망의 연합체’ 구상은 미국이 이란의 위협을 이유로 우방국과 함께 ‘호르무즈 호위 연합’이라고 불리는 군사 동맹체를 결성하려는 데 대응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최근 몇 달간 국제적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는 선박 나포 및 미 무인기 격추 등을 발생해 세계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돼왔다. 미국은 이에 동맹국들과 함께 자국 중심의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을 추진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외국군대(미군)의 주둔은 해상·에너지의 안보뿐 아니라 중동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며 미국 등 서방을 겨냥해 "외부 강대국은 중동을 무기 경쟁의 안방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라크, 페르시아만 등 미군이 발을 들인 곳마다 불안정이 초래됐다며 미국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중동에 무기를 그만 보내고 멀리 떨어지라"라고 강조하며 "우리도 남의 국경을 침범하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의 국경을 넘어 침략하는 어떤 행위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14일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격에 대해, 미국은 이란을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배후로 지목해왔다.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유탱크에 구멍이 나있다. [AP=연합뉴스]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유탱크에 구멍이 나있다. [AP=연합뉴스]

로하니 대통령은 중동지역 국가들의 단합 및 연합을 구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일부 이웃 국가(사우디아라비아, UAE)가 저지른 과거를 기꺼이 용서하고 우정의 손을 내밀 수도 있다"며 "우리는 미국, 이스라엘 등 이슬람과 이 지역의 적들이 우리 사이의 균열과 차이를 이용하려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강조하고 중동지역 이웃 국가들의 단결을 촉구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차 23일 뉴욕을 방문한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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