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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병원 개원포기 3개월…헬스타운은 희망, 버자야그룹 예래단지는 막막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오전 찾은 제주헬스케어타운 공사부지에 각종 건설자재가 방치돼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7일 오전 찾은 제주헬스케어타운 공사부지에 각종 건설자재가 방치돼 있다. 최충일 기자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녹지그룹이 추진하던 제주 헬스케어타운 공사가 곧 재개될 전망이다. 밀린 공사비 지급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반면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이 하다 4년전 중단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사업은 언제 다시 시작할 지 불투명하다.

헬스케어타운, 녹지그룹 투자에 2단계사업 준비 #예래휴양단지는 투자자·토지주 소송전에 막막 #문대림 JDC 이사장 “지역주민·제주도 소통 계속”

지난 17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 헬스케어타운 부지. 이곳은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공공의료체계 붕괴를 걱정한 시민단체 반발과 제주도와 사업자 간 이견이 이어져 지난 7월 사실상 개원을 포기했다. 이날 병원 건물을 찾아보니 정문 후문 등이 자물쇠로 잠겨 있다. 일부 출입구는 모래주머니와 의자로도 막혀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줄어들며 보도블록 사이에는 잡풀이 자라 있었다.

지난 17일 제주 헬스케어타운 부지내에 있는 녹지국제병원 건물 외부에 잡초들이 무성하다. 최충일 기자

지난 17일 제주 헬스케어타운 부지내에 있는 녹지국제병원 건물 외부에 잡초들이 무성하다. 최충일 기자

병원 건물 인근에 지어지고 있는 ‘헬스케어타운’ 내 리조트들도 공사 장비가 모두 멈춰서 있다. 하지만 이 공사는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녹지그룹이 공사비 미지급금 상환을 위한 외국인직접투자(FDI)금 774억원을 확보했다고 신고하고, 3개 시공사에 밀린 공사비 1218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사실상 사업 재개 신호다. 시공사는 밀린 공사비 지급에 따라 헬스케어타운 공사 재개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은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대 153만9339㎡에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병원과 의료연구개발센터, 상가, 호텔 등을 짓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녹지그룹이 투자자다. 1단계 사업인 콘도미니엄(400세대)과 힐링타운(228실) 등 숙박시설과 녹지국제병원 건물을 완공했다.

지난 17일 찾은 제주 헬스케어타운내 녹지국제병원 건물의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7일 찾은 제주 헬스케어타운내 녹지국제병원 건물의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다. 최충일 기자

2단계 사업으로 힐링스파이럴호텔(313실)과 텔라소리조트(220실), 휄니스몰(9동) 등을 공사하던 중 공사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아 지난해 12월 공사가 중단됐다. 2017년 8월부터 중국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사드·THAAD)체계 배치에 따른 해외 투자 제한정책 등 경제 보복을 하면서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오전 찾은 예래동 예래 휴양형주거단지. 이곳은 사업자와 주민간 토지문제 등으로 4년동안 공사가 중단된채 방치돼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7일 오전 찾은 예래동 예래 휴양형주거단지. 이곳은 사업자와 주민간 토지문제 등으로 4년동안 공사가 중단된채 방치돼 있다. 최충일 기자

같은 날 오전 9시에 찾은 제주도 서귀포시 예래동 해안가 일대. 140여 개의 주택형 건물이 일부는 지어진 채, 또 일부는 미완의 상태로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업 부지에는 공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펜스가 처져 있고 곳곳에는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2~3층 상가주택 형태의 각 건물은 여기저기 녹이 슬고 거미줄이 쳐져 있는 모습도 보였다.

총 사업비 2조5000억원 규모의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사업이 진행되다 멈춘 지 4년째다. 이 단지는 말레이시아 화교기업인 버자야 그룹이 조성중이다. 2013년 첫 삽을 뜬 예래단지는 2015년 3월 대법원의 사업 무효 판결로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공정률은 65%다.

지난 17일 오전 찾은 예래동 예래 휴양형주거단지에 거미줄이 쳐져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7일 오전 찾은 예래동 예래 휴양형주거단지에 거미줄이 쳐져 있다. 최충일 기자

예래단지 개발사업 투자자인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은 지난 7월 국제투자분쟁 중재의향서를 제출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인 ‘ISD’ 절차에 착수했다. 버자야측은 “JDC와 대한민국 법원이 '한-말레이시아 투자의 증진 및 보호에 관한 협정(BIT)'에 규정된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해 4조4000여 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양측이 90일 내 합의하지 못하면 정식 소송 절차를 밟게 된다. 앞서 버자야는 JDC를 상대로 3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또 이곳은 토지반환소송과 버자야와의 손해배상소송이 진행 중이고, 일부 토지는 버자야가 소유하고 있는 등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구체적인 사업 대안을 주민에게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대림 JDC 이사장은 “지난 4월 헬스케어타운 사업 재개를 위해 중국 상해 녹지그룹 본사를 방문해 장옥량 총재를 만나 상호 협력강화를 약속하는 등 2단계 사업 정상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예래 단지도 일부 소송이 일단락되면 토지주 및 지역주민, 제주도와 소통해 도민들과 개발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사업방식을 찾겠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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