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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과감한 결단 필요…자칫 삼겹살 30년간 못 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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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축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17일 오후 충남 홍성군 한 돼지농가에서 농가 관계자가 아프키카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뉴스1]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축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17일 오후 충남 홍성군 한 돼지농가에서 농가 관계자가 아프키카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뉴스1]

문정훈(46)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사태'와 관련해 "지옥문이 열렸다. 자칫하다가는 국내산 삼겹살은 30년 후에나 먹을 수도 있게 된다"며 방역당국에 '지금보다 훨씬 과감한 결단'을 주문했다.

문 교수는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한국 돼지 농장의 방역 체계는 구제역과 돼지콜레라에 초점이 있었는데, 돼지열병은 완전히 다른 병"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한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돼지열병은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치사율이 100%라 기존의 방역 체계가 성공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독하게 보일지라도 현재 살처분 수준보다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며 "발병 농장 기준 3~4㎞ 반경에서 선택적 살처분이 아닌 최소 10㎞ 반경까지, 지난 한 달 간 파주와 연천 농장에 드나든 차량이 방문한 모든 농장 돼지들은 전수 폐사시키거나 최소 한달간 출입을 완벽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유럽, 중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보면 멧돼지 개체 수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매개체인 멧돼지 개체 수를 최대한 줄일 것을 주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오전 경기 포천시 거점세척 소독시설을 찾아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오전 경기 포천시 거점세척 소독시설을 찾아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또 잔반사료 급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포르투갈·스페인·조지아 등이 돼지에게 잔반사료를 먹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해 36년간 고통받았다. 그는 사료 차량, 분변 차량이 주요 매개체이기 때문에 파주·연천 발병 농장에 지난 한달간 드나든 사료와 분변 차량들의 동선을 추적해 관련 농장 돼지들도 폐사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교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모돈(母豚) 폐사로 생산량이 급감해 국내산 냉장육 삼겹살은 수십년간 먹을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 교수는 "현재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은 고작 95만t이고 수입량은 45만t에 불과하다"며 방역에 성공하지 못하면 국내산 돼지고기도, 수입 돼지고기도 먹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 돼지고기 절반을 먹어 치우는 중국에서도 돼지 열병이 터져 모돈이 3분의 1로 줄었고 앞으로도 더 줄 것"이라며 "수입 돼지고기를 먹을 수 되더라도 지금보다 질이 낮은 고기를 소고기 가격에 먹어야 한다"고 전망했다.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지원팀 관계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지원팀 관계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최대 8조에 달하는 관련 산업의 붕괴를 한순간에 보게 될 수도 있다며 현재 상황을 '준전시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돼지에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급성형의 경우 치사율이 100%이며 백신이 개발돼 있지않다.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확진 판정이 나온데 이어 18일 연천에서도 한 양돈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현재까지 이번 사태를 총괄할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구성은 하지 않았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를 운영하고 있지만 타 정부부처를 지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일사불란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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