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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美가 했던 한·일 중재 이제 中이 할 때”

중앙일보

입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7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헝가리 수교 30주년 기념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7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헝가리 수교 30주년 기념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중국은 한·일 사이의 중요한 중재자가 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미국이 그 역할을 했지만, 이제 중국이 할 때”라고 말했다고 중국 매체가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글로벌타임스는 지난 7~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3회 타이허(太和) 문명 포럼 기간에 문 특보와 인터뷰한 내용을 15일 저녁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문 특보는 한·일 갈등 중재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하고 “한·중·일 3국의 협력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공동 번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면서 “중국이 한·일 간 이견을 좁히는 데 더 적극적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매우 간단하다”면서 “일본은 한국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 제재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이 우리를 신뢰하지 않으면 어떻게 민감한 군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이어 “2015년 위안부 문제로 한·일 갈등이 있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개입해 이견을 좁혔다”면서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개입하지 않고, 한일 간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것이 한·일 갈등이 더 심해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지소미아는 한·일 간 협정”이라면서 “미국이 한·일 간 협정을 체결하도록 중재하긴 했지만, 미국은 이 협정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일 3국 간 정보공유약정(TISA)이 별도로 있다면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방위비 분담 등과 관련해 한·미 간 마찰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주한미군 등을 거론하면서 “한미동맹 시스템의 전반적 구조는 온전하다”고 진단하면서도 “지난해 우리는 미군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10억 달러를 내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은 이제 약 50억~60억 달러를 내도록 요구한다. 이는 과도하며, 한미 간 분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할 필요성을 시사했지만, 한국 관리들이 안 된다고 했다. 이 점이 장래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이밖에 전시작전권 전환 과정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동맹은 국익 증진을 위한 도구인 만큼, 우리는 이러한 이견을 극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특보는 한·미 간 견해차로 인해 남북이 더 가까워질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즉답을 피하며 “북·미 관계가 나아지면, 진전된 남북관계에도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문 특보는 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10월 1일)과 관련해 “중국이 (미·중 무역 분쟁 등) 도전을 극복하고 2049년 건국 100주년을 축하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면서 “그때쯤 되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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