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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 지나자 적조…남해 양식장 물고기 떼죽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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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적조가 덮친 남해군 미조항 앞바다의 가두리양식장에 참돔이 죽은채 떠올라있다. 송봉근 기자

적조가 덮친 남해군 미조항 앞바다의 가두리양식장에 참돔이 죽은채 떠올라있다. 송봉근 기자

경남 남해군 미조면 미조항 앞바다에서 가두리 양식장 1㏊를 운영하는 빈종철(57)씨. 그는 태풍 ‘링링’이 지나간 다음 날인 지난 8일 새벽 양식장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적조가 양식장을 덮쳐 가두리 60~70%에서 참돔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죽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추석 이후 출하 예정인 25㎝ 이상 성어가 많이 죽었다”며 “지난 3년간 적조 피해가 없었는데, 태풍으로 적조 띠가 몰려오면서 13억원은 피해를 본 것 같다”고 한숨이었다.

“출하 앞둔 참돔 폐사”…29억 피해 #매몰지 찾기 어려워 처리도 난항 #완도~거제 적조 확산 “당분간 지속”

하지만 그는 죽은 참돔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죽은 참돔 300t 가운데 20% 정도만 가두리에서 건져내 처리했다. 빈씨는 “죽은 어류는 비료공장에서 사료용으로 처리하거나 매몰 처분해야 하는데 공장과 매몰장소 구하기가 어렵다. 10일 악취가 나면서 인근 주민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적조가 경남 남해안을 덮쳐 피해가 발생했다. 유해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은 물고기 아가미에 붙어 질식사를 유발한다. 10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남해군 미조면 해상에 있는 4개 어가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참돔·우럭 174만 마리가 폐사하면서 25억여원, 통영시 욕지면 유동마을 앞바다와 사량면 돈지리 육상 양식장 등 2곳에서 참다랑어·고등어·넙치 10만2000여 마리가 폐사하면서 3억4200만원의 피해가 각각 발생했다.

어민들은 피해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남해군 적조는 서면 장항리, 미조면 본촌리, 상주면 소치도 일대 등 남해 연안에 골고루 퍼져있다. 이곳 적조생물(코클로디니움)은 바닷물 1당 50~1600개 정도다. 남해군 일대에선 지난 8월 30일 적조가 첫 발생해 이달 2일 주의보, 지난 8일 경보가 발령됐다. 남해에는 86 어가가 18건 43.7㏊에서 우럭·돔·숭어·농어 등을 양식 중이다.

남해군 관계자는 “남해 앞바다의 수온이 적조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24도 정도여서 피해가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해군은 10일 어선 36척을 동원해 황토를 뿌리고 바닷물을 전기 분해해 살균하는 대형 ‘전해수 살포기’를 동원해 가동하고 있다.

지난 3일과 9일 피해가 발생한 통영은 지난 3일 첫 적조 발생 이후 전 해역에서 적조생물(9일 기준 150~4500개체)이 발견된다. 통영 사량~곤리~학림~연대 일대에 고밀도 적조가 분포한다. 통영 일대 바다 수온도 22~24.6도로 높은 편이어서 적조 확산이 우려된다. 지난 3일 이후 황토 50t을 살포한 통영시는 10일부터 어선 25척을 동원해 황토 200t을 살포하는 등 집중 방제 중이다. 통영 가두리 양식장도 101건 225㏊나 된다.

이번 적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남해안에서 발생한 적조는 완도군 신지면 송곡리~남해군까지 주의보(100개체 이상), 남해군~통영시 한산면 앞바다에 경보(1000개체 이상), 한산면~거제시 일운면 앞바다에 주의보가 각각 발령돼 있다. 남해·통영 일대 적조 경보는 태풍이 통과한 뒤인 지난 8일 발령됐다.

박종우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남해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적조는 수온 등 영향으로 당분간 지속할 것 같다”며 “양식장 피해예방을 위해 사료공급 중단 등 매뉴얼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조생물은 수온과 햇빛·유기물량 등에 따라 번식속도가 달라 언제 급격히 증가하거나 소멸할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수산과학원 설명이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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