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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족 월소득 230만원 이하면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수당

중앙일보

입력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권리금조차 포기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새 점포를 낼 돈도 없고, 새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자칫하면 빈곤의 나락으로 빠진다. 정부는 한국형 실업부조제를 도입해 이들이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생활비를 일부 지원하기로 했다. [중앙포토]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권리금조차 포기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새 점포를 낼 돈도 없고, 새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자칫하면 빈곤의 나락으로 빠진다. 정부는 한국형 실업부조제를 도입해 이들이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생활비를 일부 지원하기로 했다. [중앙포토]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월 소득 230만원 이하인 취약계층에 6개월 동안 월 5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이 지원된다. 한국형 실업부조제도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구하는 동안 국가가 도와줘 다시 고용시장에 복귀토록 하는 제도다.

한국형 실업부조제 법안 국무회의 의결 #9월 국회 통과되면 내년 7월부터 시행

정부는 10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통과되면 내년 7월부터 시행한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도입 시도…현금 뿌리기 정책과 차별

한국형 실업부조제도는 이명박 정부(2012년) 때부터 도입하려 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과 취업을 돕기 위해서다. 예컨대 폐업한 자영업자는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 새로 점포를 꾸릴 여력도 없고,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생활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구직 프로그램을 제공해 일자리를 얻도록 돕는 제도다. 현금 뿌리기 식의 일자리 지원책과는 차이가 있다.

선진국 '보편적 일하는 복지제'로 운용 중…노사정도 합의

고용부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의 45%가 고용보험의 제도권 밖에 있다. 실업부조제도는 선진국에선 '보편적 일하는 복지제도'로 대부분 운용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한국에 이 제도의 도입과 구직활동 지원을 권고했다. 이에 앞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해 3월 '한국형 실업부조제' 도입에 합의했다.

제정안에 따르면 중위소득 60% 이하인 취약계층에 6개월 동안 국가가 구직촉진수당 명목으로 월 50만원씩 준다. 다만 2021년까지는 중위소득 50% 이하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일종의 시범실시다. 개선점을 점검하고, 보완해 2022년 중위소득 60%로 확대해 본격 시행한다. 중위소득 60%는 개인회생이나 파산면책 기준과 같다.

청년, 북한이탈주민, 한부모가정, 위기 청소년 등은 특례 적용 

정부는 다만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층(18~34세)에 대해서는 중위소득의 120%까지 한시적으로 특례 적용하기로 했다. 또 북한이탈주민, 한부모가정, 위기 청소년은 소득이나 재산, 연령과 상관없이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했다.

올해를 기준으로 2인 가구의 중위소득 60%는 174만3917원, 4인 가구는 276만8122원이다. 중위소득 50%는 2인 가구 145만3264원, 4인 가구는 230만6768원이다.

"일할 의욕 강한 계층…국가가 조그만 도와주면 취업 가능"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 가운데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비율이 18%인데 반해 중위소득 30~60%의 소득계층은 28.6%로 두 배 가까이 된다"고 지적했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지가 이렇게 강하지만 중위소득 30~60% 계층의 구직 경험자 중 56.4%가 2~4년간빈곤에 허덕인다. 생활고 때문에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빠서 제대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다. 이들 중 실업급여를 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은 4.9%에 불과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사람들은 국가가 조금만 도와주면 다시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업부조제는 이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상호의무제…직업훈련 같은 구직활동 하지 않으면 지원 끊어

정부는 실업부조제에 상호의무 원칙을 명확히 했다. 지원을 받는 대신 구직프로그램 이수를 비롯한 구직활동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이런 활동을 하지 않으면 구직촉진수당의 지원을 끊는다. 돈만 쓰는 사중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복지 의무제다.

문제는 구직프로그램을 정교하게 꾸리고, 정밀한 취업상담을 할 수 있는, 고도로 훈련된 인력이 없다는 점이다. 취업상담을 비롯한 구직지원 시스템도 이에 맞춰 확 바꿔야 한다. 전액 일반회계로 운영되기 때문에 재정확보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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