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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중단된 '추억의 교외선' 열차…운행재개 가능성 열려

중앙일보

입력

교외선 등 수도권 순환철도망 노선도. [사진 경기도]

교외선 등 수도권 순환철도망 노선도. [사진 경기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외선 송추역은 1980∼90년대 MT와 데이트 가는 젊은이로 북적이던, 낭만이 가득했던 곳이었다. 현재 송추유원지 인근의 송추역은 문이 닫힌 채 폐쇄돼 있다. 주변 상점도 문 닫은 곳이 많다. 여객열차 운행이 중단된 역사에는 인적이 끊긴 채 기찻길만 놓여 있다. 교외선은 경기 북부 동-서를 연결하는 철도망이다.

고양 능곡역에서 양주 장흥역, 송추역 등을 거쳐 의정부역으로 이어지는 31.8㎞ 구간을 연결하는 철도다. 지난 1963년 8월 설치된 이후 관광, 여객, 화물 운송 등 경기 북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 왔으나 지난 2004년 4월 이용 수요 저조로 인한 적자누적을 이유로 운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부족한 교통망에다 동-서를 연결하는 교외선 마저 운행이 중단되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고양시, 의정부시, 양주시 등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의 교통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 과거 고양 능곡역에서 의정부역까지 교외선을 탈 경우, 33분이면 도착을 했지만, 현재 수도권 전철을 이용할 경우 2회 환승(경의·중앙선→4호선→1호선)을 거쳐 1시간 30분이 소요되며, 광역버스를 이용해도 1시간 10분가량 걸린다.

3일 오후 경기도청 북부청사 상황실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재준 고양시장, 안병용 의정부시장, 김대순 양주부시장 등이 ‘교외선 운행 재개 및 전철화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성호, 심상정 국회위원도 참석했다. [사진 경기도]

3일 오후 경기도청 북부청사 상황실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재준 고양시장, 안병용 의정부시장, 김대순 양주부시장 등이 ‘교외선 운행 재개 및 전철화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성호, 심상정 국회위원도 참석했다. [사진 경기도]

교외선 운행 재개는 주민들의 요구와 집단행동이 이어져 왔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해법이 보이지 않았던 지역 숙원사업이다. 해당 지자체는 그동안 “교외선 주변 지역은 수십 년간 개발제한구역·수도권정비계획법·군사시설보호법 등 각종 규제와 안보로 인해 희생당해 왔다. 정부는 소외 지역에 대한 교통복지 차원에서 중단된 교외선을 즉시 재개통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지역주민들도 “교외선 재개통 및 전철 개통과 관련한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만 따질 게 아니라 각종 규제로 뒤처진 지역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교외선 노선도. [경기도}

교외선 노선도. [경기도}

이재명 경기지사 “교외선 운행 재개 필요”  

15년째 운행이 중단된 채 방치된 교외선을 재개통하고 전철을 개통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디. 이와 관련, 경기도가 고양시·의정부시·양주시와 함께 교외선의 운행재개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재준 고양시장, 안병용 의정부시장, 김대순 양주부시장은 3일 오후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교외선 운행 재개 및 전철화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심상정·정성호 국회의원, 최승원·권재형·박태희 도의원 등 관계자 10명이 함께했다.

이재명 지사는 “교외선은 지금은 수요부족으로 운행하고 있지 않지만 여러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첫째 운행 자체가 새로운 수요를 불러올 수 있고, 둘째 그간 부족했던 경기 북부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순환 철도망 구성을 위해서도 꼭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교외선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경기 북부 지역 관광 산업 활성화에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객 부족으로 인한 적자 누적으로 2004년 4월 열차 운행이 중단된 교외선 구간 가운데 송추역. [중앙포토]

이용객 부족으로 인한 적자 누적으로 2004년 4월 열차 운행이 중단된 교외선 구간 가운데 송추역. [중앙포토]

경기도·고양시·의정부시·양주시…협력체계 구축  

협약에 따라 도와 3개 시는 교외선 운행재개가 조속히 추진되도록 국토교통부에 공동 건의하고,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 교외선 복선 전철화가 반영되도록 행정지원 등 제반 사항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도는 다음 달 중 국토부 등 관계기관에 공동 건의문을 제출하고, 교외선 복선전철화의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과 관련, 관계기관과 지속 협의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교외선이 경기도 동서남북을 원형으로 연결하는 ‘수도권 순환철도망’ 구축에 필수적인 노선인 만큼 수도권 균형발전과 도내 지역 간 소통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그간 특별한 희생을 해온 경기 북부 도민들의 교통복지와 이동권 편의 증진을 위해 교외선 운행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뿐만 아니라 남북교류의 주요 축인 경의선과 경원선 두 노선을 연결할 경우, 향후 경기 북부가 ‘남북평화시대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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