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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더 낸 요양병원 환자에 6년간 3조원 돌려줬다..10명 중 6명꼴 환급

중앙일보

입력

최근 6년간 요양병원 환자에게 돌려준 본인부담금 환급액이 3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액의 절반가량이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돌아갔다. 건강보험 재정의 상당액이 실제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자에 쓰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에 제출한 ‘2018 본인부담상한제 수급자의 요양병원 현황’에 따르면 2013년 13만3000명(39.6%)이던 상한제 환급자 수는 점차 늘어 지난해 24만4000명(63.7%)에 달했다. [중앙포토]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에 제출한 ‘2018 본인부담상한제 수급자의 요양병원 현황’에 따르면 2013년 13만3000명(39.6%)이던 상한제 환급자 수는 점차 늘어 지난해 24만4000명(63.7%)에 달했다. [중앙포토]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에 제출한 ‘2018 본인부담상한제 수급자의 요양병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한제 환급자 수는 24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요양병원 입원환자와의 비율을 따져보면 환급받은 이들이 63.7%로 10명 중 6명은 더 낸 의료비를 돌려받았단 뜻이다.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액 절반 요양병원 환자에 # “사회적 입원자에 건보 재정 손실..돌봄 체계 손질해야”

2013년 13만3000명이던 환급자 수는 2014년 15만9000명(54.5%)으로 절반을 넘어섰고, 2015년 19만명(60.1%), 2016년 21만7000명(64.4%)까지 늘었다가 2017년 21만6000명(60%)으로 소폭 낮아졌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문재인 케어)의 핵심 정책중 하나다. 본임부담금이 개인별 상한액(18년 기준 124만~523만원)을 넘어섰을 경우 초과금액을 건강보험공단에서 돌려주는 제도다. 한꺼번에 많은 의료비를 부담하는 바람에 생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에 제출한 ‘2018 본인부담상한제 수급자의 요양병원 현황’에 따르면 2013년 13만3000명(39.6%)이던 상한제 환급자 수는 점차 늘어 지난해 24만4000명(63.7%)에 달했다. [중앙포토]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에 제출한 ‘2018 본인부담상한제 수급자의 요양병원 현황’에 따르면 2013년 13만3000명(39.6%)이던 상한제 환급자 수는 점차 늘어 지난해 24만4000명(63.7%)에 달했다. [중앙포토]

이들에게 환급하기 위해 소요된 건강보험 재정은 2013년 3531억원에서 2014년 4350억원, 2015년 4933억원, 2016년 4866억원, 2017년 6345억원으로 꾸준히 늘었고, 지난해에는 678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본인부담상한제 적용 환급금 1조7999억원의 37.7%가 요양병원 환자에 돌아갔다. 이를 2013~2018년 6년간으로 따져보면 전체 환급금액의 절반 가까이인 45%인 3조813억원이 요양병원 환급금으로 쓰였다. 고령화로 장기 입원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데다 정부가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본인 부담 상한금액을 낮추며 환급 대상 수가 늘고 이에 따른 재정부담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양병원 환급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요양병원 환급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승희 의원은 “건강보험 기금고갈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는 가운데 요양병원 건강보험 재정 투입이 증가했다”며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 문제와 본인부담상한제 인하 정책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은 노인성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또는 상해 후 회복 기간에 있는 환자를 입원대상자로 하고 있지만, 질병 치료가 아닌 생활 혹은 요양 등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이 전체 환자의 11.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치료가 필요 없는 신체저하기능군 환자 비율은 2017년 11.3%에서 2018년 11.9%로 증가했다. 2019년 6월 기준으로는 11.0% 수준이다.

근본적으로는 연금이나 지역사회시설 등 노인복지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요양병원으로 사회적 입원자가 쏠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준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상급 종합병원에 있다 퇴원하면 갈 곳이 집 말고는 중소병원인데 서비스 질이 만족스럽지 않다며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건보 재정 손실을 일으키는 점이 분명히 있다”며 “지역사회나 가정에서 돌봄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전체적인 돌봄 전달체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한 이후 요양병원이 대폭 늘어난 영향으로 돌봄 체계를 보완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엔 한계가 따를 거란 의견도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양병원이 병상을 채우기 위해 환자를 유인하는 체계가 강해 사회적 입원이 조장되는 측면이 있다”며 “요양병원이 확장되는 구조에선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을 마련한다 해도 잘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본인부담상한제 자체를 없애야 한단 주장도 있다. 건보료를 납부하고도 의료비를 많이 내 결국 돈을 돌려받는 구조를 바꿔야 한단 이야기다. 김근홍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험료를 내는데도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가 많아 또다시 자기 돈을 내는 경우가 많고, 가난한 이들에 돈을 다시 돌려준다는 것 자체가 저급한 수준의 복지”라며 “보험 시스템 자체가 잘못 굴러가고 있다. 결국 보험료를 많이 내더라도 돌려받을 일 없이 권리를 보장받는 체계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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