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한 일·서독 "기적의 재기"|미 대공황 종결…초강대국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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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후의 변화>
우드스톡 페스티벌20주년 기념식과 같은 자질구레한 기념식이 하도 많아 우리의 기억력이 혼란되어 있는지 모른다. 때문에 50년전에 발발했던 2차대전 같은 역사적인 사건을 정리하려 할때 우리의 감수성이 무뎌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2차대전과 이 전쟁으로 초래된 변화는 금세기의 가장 결정적인 사건으로서 회고와 음미를 해 볼 필요가 있다.
히틀러의 기갑사단이 폴란드의 국경을 침범한지 50년이 지난 지금 폴란드는 다시 세계뉴스의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히틀러가 짓밟아버린 자유와 민주가 다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를 돌이켜 보면 폴란드의 경험은 역사책속으로 퇴적되어간 모순 가운데 한 티끌일 뿐이다.
가장 명백한 사실은 침공국으로서 패배를 맛보았던 나라들이 과거 어느때보다 더욱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경제의 기적이며 서독은 통합을 눈앞에 둔 유럽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한편 대조적으로 소련의 경제는 전쟁의 피해로부터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서방연합국들은 오늘날의 번영을 위해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미국은 2차 대전이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조용한 시골마을이던 워싱턴이 세계의 수도로 바뀐 것도 이 전쟁 때문이었다.
1939년까지 미연방정부의 예산은 90억 달러를 넘지 않았으나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9백10억 달러에 달했다.
이로부터 국민과 국가, 자본과 정부의 관계가 광범하고도 밀접하게 바뀌었다. 전후 미대통령들은 「작은 정부」를 추구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1940년대에 시작된 소집영장제는 연방정부가 과거 어느때보다 광범하게 미국인들의 생활에 파고드는 계기가 됐다.
비대해진 것은 정부뿐만 아니었다. 전시 수요는 대공황을 마무리지었고 산업구조의 엄청난 팽창을 가져왔다. 국민총생산 (GNP)은 6년만에 2배가 됐으며 계속 증가했다.
미국군대는 동원령이 해제된 후에도 서구·동남아·중남미 등에 남아있다.
전쟁은 사회적으로도 변화를 가져와 수백만명의 미국남자들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 지내게 됐으며 수백만명의 여성들도 직장으로 진출하게 됐다.
전후 지역경제의 성장은 전시중 남부흑인의 동부이동과 함께 미국의 정치판도도 바꿔 놓았다.
민주당의 트루먼대통령이 50년까지 백악관을 지킬수 있었지만 그 후 민주당은 10번의 대통령선거에서 3번의 당선에 그쳤다.
민주당이 자기당의 대통령을 한번도 재선시키지 못한 반면 공화당은 지방과 남부백인들 사이에 넓게 뿌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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